[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불법 파견 은폐에 대해서도 9일 고발인 조사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이날 오전 9시40분부터 나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나 지회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한 자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 파견의 은폐는 수시근로감독 기간을 연장하면서 뒤집어졌고, 기간을 연장하면서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권영순 전 정책실장에게 삼성전자로 간 황모 전무를 만나서 출구전략까지 논의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것은 단순히 불법 파견만 뒤집은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파괴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올해 3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 불법 파견 은폐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며 "6월 말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전 정권에서 발생한 이 문제에 대해 현 정권의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제대로 협조해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를 어영부영 넘기겠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 사건을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구성한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2013년 6월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직접 근로 계약 관계에 있거나 불법 파견 관계에 있다는 진정서와 고발장을 노동부에 제출했다. 노동부는 그해 6월부터 8월까지 수시근로감독을 시행하고, 9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위장도급이나 불법 파견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수시감독총괄팀은 그해 7월19일 "불법파견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달 23일 노동부 회의에서는 감독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 회의를 주재한 권영순 전 정책실장은 사실상 현장 근로감독관에게 감독 방향을 바꿀 것을 주문했고, 이후 8월9일 정현옥 전 차관은 권 전 실장에게 현재
삼성전자(005930) 간부로 있는 당시 황모 인천지방노동위원장과 접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4일 정 전 차관 등 전·현직 노동부 관계자 11명을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고용노동부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던 지난 5년의 기간 삼성의 불법파견 증거, 고용노동부의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의 증거가 상당히 많이 산일한 상태이고, 특히 공무상비밀누설 등 일부는 5년 공소시효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사안이 중대하고, 시일이 급박하므로 강제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전 경찰청 정보국 소속 간부 김모씨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삼성전자 자문위원 송모씨를 통해 노조 관련 정보를 삼성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씨는 2014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비롯한 전 정부 관계자를 '삼성 불법파견 방조' 혐의와 관련해 고발한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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