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화장품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는 애경산업이 관계사 내부거래로 제동이 걸릴 소지가 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몰아주기 관련 비상장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매각을 촉구하는 것에 해당하는 사례가 애경산업에도 대입된다.
애경산업은 그룹 대들보로 성장했다. 애경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주력 계열사 중 단연 괄목할 성장을 보인다. 1분기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생활용품, 화장품 부문을 전담하면서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2207억원에서 1분기말 3692억원이 됐다. 견미리팩트로 유명한 AGE 20's(에이지투웨니스)가 꾸준한 인기를 끌며 지난 3월22일 유가증권시장에도 상장했다.
이 회사는 총수일가 중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외동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 맡아왔는데 지난 연말 인사에서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후계구도에서도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이같은 관심에 비례해 이슈와 엮인 결함도 부각된다.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부당 표시광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재조사 결과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 고발 조치되는 등 이슈가 있다. 향후 특조위 진상규명과 환경부 성분검사 등이 이어지며 피해당사자 관련 소송이나 주주대표소송, 주총문제 등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에 엄포를 놓은 일감몰아주기 이슈도 포착된다. 애경산업은 장영신 회장과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AK홀딩스가 80.11%, 장영신 회장 9.10%, 채형석 총괄부회장 2.69%, 기타 5.19% 지분 구성인 에이케이켐텍과 내부거래 관련 위험이 존재한다. 기타 지분이 친족지분인지 확인되지 않지만 이를 포함해도 총수일가 지분이 16.98%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비상장 20%)에선 제외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4년말 21.44%에서 지분을 낮춰 규제선을 벗어났다.
하지만 국회엔 다른 계열회사를 매개로 수혜회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자 총수일가 간접지분을 포함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애경산업은 총수일가 지분이 50% 안팎인 AK홀딩스가 대주주라 법안에 걸린다. 법안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고 공정위가 규제 강화에 힘을 쏟는 등 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에이케이켐텍 내부거래 매출은 약 488억원이었는데 336억원이 애경산업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율은 15.4%다. 애경산업은 부득이 원재료 구매 효율성과 안정적 공급선 확보를 이유로 들 수 있지만 총수일가가 지분을 유지하는 이유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주회사 체제에선 총수일가는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지배회사 지분을 늘리고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게 보통이다.
더욱이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비상장사면서 총수일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일감몰아주기로 부당 이익을 얻을 때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며 비상장 회사에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 되면 매각하라는 취지를 재벌에 전달했다.
애경산업 상장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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