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완승을 거두면서 재벌개혁 분위기가 한층 더 강해진 점도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유럽상공회의소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의 시작은 재벌개혁과 갑질 근절이며, 현재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공정위는 현행법을 엄정하고 일관된 태도로 집행해야 하지만 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인 경영원 승계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28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방식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고하고 양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개편안 가결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5월21일 기존안을 철회하고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면서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만족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개혁 기조를 강조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 이어 김 위원장의 발언 등 재벌개혁 기조가 더욱 강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개편안 발표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소한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르면 연말에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에는 김 위원장이 지적한 일감 몰아주기 해소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안에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이 현대글로비스에 다소 유리하게 산정 되어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중심으로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현대모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기존 안 대신, 현대모비스 A/S 부문은 분할해 상장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법인이나, 아예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친 법인이 전면으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검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김 위원장이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하면 정리하라는 발언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의 지분 처분 방안이 개편안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3.29%,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6.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사안은 순환출자 구소 해소 외에도 경영권 승계가 걸려 있어 정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처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안에서 합병 비율만 조정한다면 재추진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의 A/S, 모듈 부문을 분할해 재상장해서 시장가치를 확인한 후 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거나 현대차-모비스-기아차의 3사 분할합병 방안도 거론되는데 기존안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대모비스의 주력 분야는 중국 사업과 A/S 부문이지만 올해 중국 사업이 부진해 기존안대로 A/S 부문을 글로비스에 분할합병하기는 어렵다"면서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주체제 개편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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