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남북 경협 대표 수혜종목으로 꼽히는
현대로템(064350)의 주가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한 달 사이 두 배 이상 오른 주가는 대규모의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모멘텀중심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주가 과열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 5일 한국거래소에서 현대로템은 전일보다 1700원(4.19%) 밀린 3만8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급락은 외국계 사모투자펀드운용사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모건스탠리PE)가 보유 중이던 현대로템 지분 700만주(8.2%)를 전날인 4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영향이다. 전날 종가 4만550원에 13.5%의 할인을 적용해 매각 금액은 2455억원이다.
이날 급락으로 현대로템은 3만8000원 선으로 밀렸지만 최근 과열돼 있는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곧 회복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PF의 현대로템 보유지분 매각은 지난 1월, 5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모건스탠리PF가 지난 5월 블록딜을 통해 차익을 실현했을 당시에도 주가는 17.18% 급락했지만 다음날 다시 17.78% 상승했다. 오히려 이날 한 자릿수의 하락에 대해 조정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도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에 철도 건설 사업이 진행되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로템의 주가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부터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에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4월 중순 1만7000~1만8000원선에서 움직였던 주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진행과 함께 남북 철도연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4월30일 상한가를 기록, 5월 들어서는 더 가파른 상승세로 4만원선까지 올랐다. 남북 경협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한 시점부터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경협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2분기부터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과 타이완 전동차 등 철도부문의 신규 수주물량을 늘리고 플랜트부문의 해외 EPC(설계·조달·시공)사업 안정화를 통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모멘텀에 따른 과열양상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모멘텀을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으로 과열이 맞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12일 열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철도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그때까지 주가는 오를 수 있겠지만 투자 판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3만8000원선으로 내려앉았으나 현대로템의 최근 주가는 증권가의 적정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로템의 실적 개선 및 남북경협 기대감을 모두 반영해도 4만원 초반으로 전망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남북 철도 경협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 되고 있다"며 "실적개선만을 반영한 현대로템의 적정가치는 2만1045원이며, 남북 철도 경협에 따라 29개 노선 공사 현실화를 반영하면 4만1275원, 지하철 고도화 사업을 반영하면 4만3917원"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로템의 본업 가치만 놓고 분석한 적정주가와 남북 경협 기대감을 반영한 주가가 2만원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메리츠투자증권도 최근 현대로템의 적정주가를 4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나친 과열 양상에 목표주가를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낼 때에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근거해야 하는데 현재는 목표주가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블록딜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락은 많이 빠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로템에 대해 당분간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현 주가수준은 과열됐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현대로템의 신형KTX. 사진/현대로템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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