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식품업계가 할랄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할랄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먹어도 되는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도축, 처리, 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에 인증이 부여된다.
2015년 1조달러 규모였던 할랄식품 시장은 올해 1조6260억달러, 2020년 2조6000억달러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식품 시장의 17% 이상을 할랄식품이 차지할 정도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새로운 먹거리인 할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무슬림을 위해 개발한 제품들의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동남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신세계푸드와 말레이시아 식품기업과 세운 합작법인 '신세계마미'를 통해 만든 제품 2종이 할랄 인증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엔 신세계마미를 통해 무슬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라면 '대박라면'을 출시해 성과를 내고 있다. 대박라면은 말레이시아에서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단 2주 만에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13%에 해당되는 판매량을 달성했고 현재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박라면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의 입고, 생산, 운반, 저장과정에서 이슬람 율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와 교차오염이 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차단했고, 신선도와 안전까지 높일 수 있는 별도의 생산시설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는 할랄 인증을 계기로 동남아에서 장기적으로 외식과 신선식품뿐 아니라 가정간편식까지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와 MOU를 맺고 개발한 고추장도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MUI로부터 불닭 브랜드 3종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14년 3월엔 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총 23개 제품에 대해 한국이슬람중앙회의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 885억원 가운데 할랄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100억원대의 수출을 달성했다.
농심은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주요 이슬람국가 라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신라면'을 출시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40여개 이슬람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농심의 할랄 라면 수출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장기적으로는 할랄 전용 브랜드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상 청정원은 지금까지 44개 품목의 할랄 인증을 획득해 빠르게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대상은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에 집중했다. 세계 최대 할랄식품 시장인 데다 인구가 급증하는 등 성장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마요네즈, 김, 올리브유, 빵가루 등 11개 품목에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전용 할랄식품 브랜드인 '마마수카'를 론칭해 현지 입맛 잡기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대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할랄 제품 매출은 매년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무슬림의 식습관을 고려해 후식으로 즐길 만한 메뉴를 동남아시아 시장에 출시했다. 이슬람은 문화적 특성상 남성도 술과 담배를 즐기지 않는 대신 단맛이 강한 간식거리를 찾는데서 착안해 달콤함을 강조한 단팥빵을 선보였다. 또, 해가 뜬 시간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라마단 기간에는 바나나 푸딩 등 라마단 시즌 전용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국내시장에서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기존 글로벌시장 역시 개척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에 반해 할랄식품시장은 아직 개척지로 인식되며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이 신세계푸드의 할랄식품 '대박라면'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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