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불통·비효율·불합리로 요약되는 후진적 기업문화가 다소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문화 현실에 대해서도 대다수 직장인들이 '청바지 입은 꼰대, 보여주기, 무늬만 혁신, 삽질' 등의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키지는 14일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 1차 진단 후 2년 간의 기업문화 개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대기업 직장인 2000여명을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와 국내 주요기업 8개사(대기업 3곳, 중견기업 3곳, 스타트업 2곳)를 분석한 '조직건강도 심층진단 결과'를 담았다.
기업문화 진단 결과, 2년 전 후진적 기업문화 요소로 지적됐던 습관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의 업무 등이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낙제 수준이었다. '기업문화 개선 효과를 체감하는지'를 묻자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59.8%,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28%로 직장인 87.8%가 부정적 응답을 했다. '근본적인 개선이 됐다'는 답은 12.2%에 그쳤다. 세부 항목별로는 '야근'이 31점에서 46점으로 올랐으나 여전히 50점을 하회했다. 회의(39점→47점), 보고(41점→55점), 업무지시(55점→65점)도 모두 상승했지만 낙제수준을 면치 못했다. 회식(77점→85점)만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 기업문화 개선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무늬만 혁신', '재미없음', '보여주기', '청바지 입은 꼰대', '비효율' 등 부정적 단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야근, 회의, 보고 등 주요 항목은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기업의 개선 활동이 대증적 처방에 치우쳐 있어 조직원들의 피로와 냉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조직 건강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8곳 중 7곳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진단됐다. 4곳이 최하위, 3곳이 중하위, 1곳이 중상위 수준을 기록했다. 최상위 수준은 단 1곳도 없었다. 세부 영역별로는 책임소재, 동기부여 항목에서 국내 기업이 상대적 우위를 보인 반면 리더십, 외부 지향성,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방향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쳐졌다. 대한상의는 조직건강을 해치는 3대 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관리, 리더십 역량부족을 꼽았다. 전근대적이고 낡은 한국기업의 운영 소프트웨어(관행)가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삶의 질, 반기업 정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처한 여러 당면과제의 근원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4대 개선과제로 '빠른 실행 업무프로세스',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가벼운 조직체계', '자율성 기반의 인재육성', '플레잉코치형 리더십 육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체계적 전략 기반 실행' 프로세스를 빠른 실행에 중점을 둔 '시행착오 기반 실행' 모델로 바꿀 것을 조언했다. 효율성을 강조한 기존의 기능별 조직구조를 통합해 권한과 책임이 모두 부여된 '소규모 자기완결형'의 가벼운 조직 전환도 제시됐다. 승진·보상 위주의 인재 육성을 주인의식·자율성을 기반한 내재적 동기부여 방식으로 개편하고, 탑다운 방식의 관리자형 리더십을 구성원들과 함께 뛰며 업무를 지원하는 '플레잉코치형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기업문화의 근본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기업문화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한편 플레잉코치형 리더십 육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업무방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자와 기업문화 개선의 지침서인 기업문화 표준매뉴얼도 제작 배포할 예정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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