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정동 세실극장이 3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다.
서울시는 지난 1월 폐관된 42년 역사의 세실극장을 오는 4월 재개관하는 '세실 재생 프로젝트'를 21일 발표했다. 프로젝트 핵심 내용은 세실극장 보전 및 운영, '대한제국의 길' 활성화 거점 유도, 거버넌스 활동 공간으로 활용이다.
세실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은 작년보다 임대료를 낮춰 서울시에게 임대하고, 서울시가 극장 운영자에게 재임대한다. 운영자 모집일은 4월5일까지이며, 대상은 서울에 주 사무소를 둔 연극 사업 경력 5년 이상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다. 세실극장의 연극사적 가치를 살리고 정동 문화재생을 위한 사업에 참여해야 하며, 운영비 전액과 임차료 일부를 자부담한다. 세부 사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극장은 정동의 도시재생 사업인 '대한제국의 길'의 활성화 거점이 되고, 옥상은 시민에게 개방된 휴게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대한제국의 길 조성은 대한제국 시기 역사성과 지역성 회복을 통해 정동을 활성화하는 ‘정동 역사재생활성화사업’의 마중물 사업 중 하나다. 또 극장 옥상은 세종대로, 서울시청, 덕수궁, 성공회성당이 모두 보여 정동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세실극장은 한국 연극문화는 물론 현대사, 건축·문화예술의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1976년 개관 목적부터가 유신 체제의 탄압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성공회가 문화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70~80년대에는 상업주의 연극에 반발하는 소극장 연극의 중심지가 됐으며, 6·10 항쟁 민주화 선언이 이뤄진 적도 있다. 서울시는 2013년 건축·문화예술 가치를 인정해 세실극장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동안에 폐관 위기를 여러번 넘겼으나, 최근 다양한 상업 미디어의 범람으로 순수연극이 인기를 잃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닥치자 결국 폐관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실극장은 민주화와 시대정신의 공간이며, 세실극장 문화재생은 시대정신이 확장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도시재생은 삶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면서 그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재생해 영유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 세실극장 옥상에서 바라본 덕수궁.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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