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계, 미국 대체시장 찾기 '골몰'
유럽, 동남아 등 대안 떠올라…"수요산업과 연계 진출 필요"
2018-03-18 16:00:04 2018-03-18 16:00:04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미국이 한국산 등 외국산 수입 철강재에 25%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대체시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을 관세 면제 국가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업계는 업계대로 자구책을 찾는 중이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등으로 수출을 늘리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도 수입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 보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부터 관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 수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수출량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분산해 타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등 외국산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한 뒤 철강업계에선 동국제강이 가장 먼저 미국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장 부회장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을 분산하겠다고 밝힌 것은, 업계의 공통적인 전략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철강재 수출량은 전체 3166만8290톤이다. 그 중 일본(412만톤)과 중국(411만톤), 미국(354만톤), 인도(274만톤), 멕시코(193만톤) 등이 상위 5개국을 이뤘다. 이어 베트남(182만톤)과 태국(174만톤), 인도네시아(141만톤), 터키(94만톤), 이탈리아(81만톤) 등이 뒤따랐다. 아직 개척이 덜하면서도 시장성이 있는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와 유럽이 대안으로 지목된다.
 
포항제철소 냉연 제품 전경. 사진/뉴시스
 
동남아시아는 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철강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재의 베트남 수출량은 지난 2014년 161만톤에서 지난해 182만톤으로 13%가량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태국도 7.4% 증가한 174만톤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남아 시장도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 국가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국내 수요산업과 연계한 시장 진출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철강업계의 경우 2000년대부터 도요타, 혼다 등 자국의 자동차 기업들과 연계해 태국이나 인도 등으로 진출해 왔다. 이를 통해 현지 수요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 본부장은 "세계 철강 경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강종을 잘 선정해서 전략적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도 국내 수요 산업들과 연계성을 높여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세아제강과 휴스틸, 넥스틸 등 강관업계는 미국 외에 수출 비중 확대가 쉽지 않다는 난관도 있다. 국내 철강재의 미국 수출량 가운데 60%가량을 차지하는 강관 제품은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맞물려 수출이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용 강관 제품들의 수요가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 수출길을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남아와 중남미 쪽으로도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유럽 국가들 역시 보호무역주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보복관세 대상인 미국산 제품 목록을 발표했고,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연장하기 위한 반덤핑조사에도 착수했다. 아울러 일본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재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시작한 관세 부과가 다른 국가들로 확산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동남아는 한·중·일 모두가 수출 경쟁을 펴고 있는 만큼 품질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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