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의당이 민주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제안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평화당·정의당 등 4개 원내교섭단체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정의당은 12일 평화당이 제안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오는 17일 전국위원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받기로 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무위에서도 여러 우려가 있지만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전국위에서 원내 의원단의 의견과 상무위의 논의 결과를 보고하고 이를 추진해달라는 승인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4번째 원내교섭단체 출범으로 바른미래당과의 캐스팅보터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인 국회 구도를 감안할 때 두 교섭단체의 선택이 국정운영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고전을 거듭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적인 ‘우군’을 하나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경우, 각종 안건 처리에서 민주당(121석)과 함께 141석의 ‘범여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1명)을 합하면 범여권은 143석이 된다. 또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사실상 평화당과 행동을 함께하는 비례대표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도 범여권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 수가 293석임을 감안하면 벌써 최소 과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일부 개혁·민생 입법 문제에 있어서는 민주당과 발을 맞춰 왔지만 대북·안보 문제 등 상당수 의제에 대해 한국당과 같이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최근 불거진 한국지엠 국정조사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조사에 동의하지 않는 평화당과 정의당이 국회 의사 논의에 참여할 경우 민주당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양측은 이 같은 원내 지형 변화를 의식한 듯 이날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정의당을 향해 “교섭단체만 구성할 수 있다면 정체성 따위는 엿 바꿔 먹을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공동으로라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유혹에 그동안 잘 지켜오던 정체성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평화당이 바로 반박에 나섰다. 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정체성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보수야합으로 투항한 바른미래당은 정체성의 ‘ㅈ’도 꺼낼 자격이 없다”며 “보수야합도 모자라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적폐청산, 국가대개혁 등 촛불혁명에 매진하려는 두 당의 노력이 그렇게 두려운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 장병완(왼쪽)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공동교섭단체 제안 관련 회동하기 앞서 취재진에게 비공개 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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