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미투' 회오리 국회 정조준
"보좌관이 성폭력" "술자리 강요"…일각에선 정치인 실명 나돌기도
2018-03-06 16:15:24 2018-03-06 16:15:24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필두로 성폭력에서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처럼 여겨졌던 국회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한 여성 비서관이 남성 보좌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는 등 그간 관행 등의 이름으로 쌓였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회 홈페이지에 ‘#MeToo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서 피해자라고 밝힌 한 여성은 자신이 국회의원실에서 5급 비서관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한 뒤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며 “‘뽀뽀해달라’,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부터, 상습적으로 제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거나 팔을 쓰다듬고,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 ‘앞에 있는 여자 가슴이 네 가슴보다 크다’라는 음담패설까지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발언이 계속됐다”고 기억했다. 
 
여성 비서관이 남성 보좌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기술한 이 사건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민주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당 보좌관은 여비서관의 폭로 전까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에서 일했다.
 
이에 채 의원은 6일 “19대 국회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 당사자가 저희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보좌관을 면직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원실 내 성폭력으로 면직 처분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채 의원은 “제가 국회에 있었던 기간이 아주 짧습니다만 국회에 존재하는 권력관계와 폐쇄성은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가 그동안 겪은 고통에 대해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치권 내부의 폐쇄적인 권력관계 등에 기인한 성범죄 피해는 이전부터 안으로 숨겨지는 경향이 있어 추가 폭로 등의 가능성도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막으려고 하거나 숨기려고만 해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국회라는 입법기관에서도)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을 쓸 상황은 너무 흔하다”고 지적했다.
 
의원실에서 비서로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술자리 참석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의원실 분위기나 화합을 위해서라는 이유 등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다른 비서는 “옷차림이나 화장에 따라 ‘오늘 좋다’처럼 여성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단어를 사용하는 동료를 종종 마주하지만, 불편한 사이가 되는 걸 피하려고 웃고 만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국회도 부랴부랴 성범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성곤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 차원에서도 (성폭력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며 “관련해 (대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당내 젠더폭력대책TF를 꾸렸고, 자유한국당도 여성폭력 관련 TF를 구성키로 했다.
 
6일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가 급하게 취소되면서 원내대표실이 텅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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