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국내 차 시장에 뛰어는 1인 스타트업인 에버티의 송우준 대표는 차 업계 유명 기업에서 13년 동안 차 기획·연구·개발, 기술영업을 하며 내공을 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퇴사 후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영입제의를 마다하고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며 오랜 꿈이었던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성공했다.
송 대표는 차 업계 부흥이라는 사명감으로 현재 티 믹솔로지(TEA MIXOLOGY)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티 믹솔로지는 티를 섞어서 세상에 없는 맛을 만드는 기술 또는 제품을 추구하는 사업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에버티가 500여개의 7기 청년창업사관생도 중 우수기업(30개 업체)으로 선정되며 사업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차와 커피는 보통 대체재 관계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커피가 독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6조4041억원으로 추산되는 반면 차 시장은 같은 해 기준 2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커피가 골리앗이라면 차는 다윗인 셈이다.
하지만 송 대표는 역으로 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 커피 시장의 독주 이면에 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남아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2016년 9월 스타벅스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차 브랜드 티바나가 하루 10만잔씩 팔려나가는 일이 있었다. 차 시장의 숨겨졌던 가능성이 폭발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송 대표는 판단하고 있다.
송 대표가 차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한 첫 번째 시도가 홍차다. 그는 그동안 홍차가 대중적 인기가 없었던 이유로 우리 입맛에 맞는 홍차가 없었고 외국인 입맛에 맞춰진 홍차가 그대로 수입된 점을 꼽았다. 수입된 홍차를 물에 그대로 우려 마시다 보니 너무 과하게 우러나와 홍차 하면 떫고 맛이 강하다는 부정적인 편견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티메이커&티소믈리에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관찰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극적이지 않고 떫은맛이 적으며 산뜻하고 향긋한 꽃향기와 달콤한 과일향이 나는 차로 블랜딩해 한국인의 아침을 여는 '코리안 브렉퍼스트'를 탄생시켰다. 송 대표는 "커피보다 맛있는 홍차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많이 마셔보고, 소비자들이 많이 마셔 보게 하면서 대중의 입맛을 찾아냈다.
송 대표의 꿈은 차 업계 B2B 쪽의 히든 챔피언이다. 차 관련 티 믹솔로지 기술을 확대 구축해 소프트웨어인 차 원료를 제조사에 공급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진 제공=에버티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차(tea) 시장이 위축돼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시장에서는 커피와 차가 양대 축으로 서로 경쟁을 하면서 대체재 관계로 성장을 하는 게 좋은데, 한국은 유독 '커피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커피 시장이 독주해 온 게 사실이다. 커피 시장이 크게 팽창하는 사이 우리는 차를 잊고 있었다. 차 업계에서 일을 해오던 저로서는 차를 기회로 삼아 산업 측면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2013년 10월 차 브랜드 티바나를 6억2000만달러(약 7280억)에 인수했다. 티바나는 국내 스타벅스에 2016년 9월 들어와 10일 만에 100만잔을 팔아치웠다. 커피공화국인 한국에서 하루 10만잔의 차가 팔린다는 건 차 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차 업계 종사자들이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도 차 시장이 승산이 있는 거다.
에버티를 소개해달라.
'섞어서 시너지를 만든다'는 의미의 '믹솔로지(mixology)'라는 개념은 많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티 믹솔로지는 티를 섞어서 세상에 없는 맛을 만드는 기술이다. 주재료인 티(백차·녹차·황차·청차·홍차·흑차)를 과일·허브·향신료·꽃과 같은 부재료들과 목적, 효능별로 섞거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스위트너, 액상향을 뿌려 착향시키는 기술이다.
에버티라는 브랜드는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하는 차'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차가 일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마시고 문화로 즐겨야한다. 차를 마시는 문화가 힐링이 되는, 그래서 우리 곁에 가까이 올 수 있도록 연구하는 중이다. 처음 시작은 홍차다. 코리안 브렉퍼스트 시리즈다. 우려서 마시는 '코블 스트레이트', 우유에 부어 밀크티로 마시는 '코블 밀크인 퍼스트', 바쁜 일상 중에 물만 부으면 밀크티가 되는 '코블 라떼 파우더'로 구성돼있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홍차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시장 조사 차원에서 와디즈에 나간 건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셨다. 홍차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홍차는 디저트 문화 발달과도 맞물려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디저트와 어울리는 음료가 홍차다. 홍차는 차 중에 향도 가장 강하고 색깔도 진하다. 과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여성들이 차를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분위기를 너무 좋아한다. 홍차는 단순한 차가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감성 트렌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홍차는 시작에 불과하다.
에버티는 차를 섞어 새로운 맛을 내는 '티 믹솔로지' 기술을 개발하는 1인 스타트업이다. 사진 제공=에버티
스타트업 창업 전후에 어려웠던 점은.
생활환경이 갑자기 변화하는데서 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었다. 직장 생활을 14년 이상 하다가 막상 스타트업으로 나오니 월급이 끊겼다.(웃음) 규칙적으로 일하고, 급여를 받고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창업을 하니 자유로운 한편 모든 걸 혼자 판단해서 움직여야했다. 지시를 받고 보고하면 일이 마무리되는 환경에서 볼펜 한 자루를 구입하는 것까지 다 직접 해야해야했다. 가끔은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즐거워서 버틴다. 사무실이 1인 놀이터다. 컴퓨터로 청년창업사관학교 스케줄을 관리하고, 화이트보드에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사무실 한쪽에 있는 연구실에서 차 샘플을 만들고 연구·개발을 한다. 이 공간은 너무나 소중한 놀이터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7기로 들어갔는데.
뭔가 짜인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과도 같았다. 작년 6월23일 사직서를 냈는데, 창업을 바로 실행할 생각은 못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6기 출신으로 차 업계 지인이 스카우터 교수님에게 소개를 했고, 스카우터가 입교를 권유하셨다. 사업계획서를 3일 만에 밤을 새서 준비해 원서를 냈다. 6월23일 사직서를 내고 3일 뒤가 서류 마감일이었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2~3일 밤을 샜다.(웃음) 서류를 통과하니까 너무 들어가고 싶었다. 인터뷰와 면접 발표를 거쳐 합격했다. 진짜 들어가고 싶은 절박함으로 입교하게 된 것 같다. 무상 1억원 지원이라는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세무·회계·인사·노무·마케팅 등 스타트업 초기에 필요한 역량을 배우고 있다. 윤리 등 기업가 정신도 배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간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돼 있는가.
티믹솔로지 개발을 많이 해서 차 제조사에 원료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B2B 비즈니스다. 차 생산자 또는 수입자와 차를 추출해 페트병에 담아 파는 등의 일을 하는 제조사 중간에 에버티가 포지셔닝 하게 된다.
수입 품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 원료 등을 직접 수입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각 수입사별로 품목이 다르다. 이 업체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기술자문'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수입사들은 수입 전에 에버티에 원료를 보내주고 티 테이스팅 등을 의뢰하는 구조다. 기술자문을 하면서 에버티는 좋은 원료를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고, 이를 티믹솔로지 기술 개발로 대기업 차 제조사 등에 납품하는 게 수익구조다. B2B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은 스타트업으로서 B2C에 진출하기에는 비용 부담과 리스크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티믹솔로지 기술 리스트를 확보하고, 기술자문을 통해 수입·생산자와 협약을 맺은 뒤 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본격적인 제안 영업을 할 생각이다.
CJ 쪽과 원료 납품 계획이 잡혀있다. 먼저 연락이 왔다. 시생산까지 예정돼있는데, 이를 거치면 본생산으로 넘어간다. 에버티에 큰 성과다.
아직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성과도 있었다. 상품 출시에 앞서 선 구매 방식으로 진행되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807만원을 벌었다. 목표 수익률로 최대 300%를 잡았는데 예상치를 넘어 807%를 달성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송우준 에버티 대표는 13년 차 업계 노하우를 살려 지난해 6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사진 제공=에버티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말해달라.
현재는 홍차시장(스트레이트 티, 블렌딩 티, 플레이버 티, 허브 인퓨젼)을 위한 국내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술적 수준이나 제품의 다양성도 외국브랜드와 격차가 상당하다.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겠지만 완전히 몰입해서 면밀히 분석하고 기술개발을 해 나간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위한 티블랜딩 시리즈를 만들어 갈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한국만의 블랜딩 티 기술을 최대한 많이 개발하고 싶다. 스타트업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부분을 파고들어 차 업계의 히든 챔피언이 되고 싶다. 10년 후 한국 대표 차 전문가가 되겠다.
원두와 에스프레소를 알고부터 커피가 재미있어지고 즐기게 된 것이다. 차도 차나무 잎으로 만든 녹차, 홍차, 보이차와 같은 차와 식물의 잎, 줄기, 뿌리로 만든 인퓨져를 구분하는 것부터가 차의 입문이다. 차 혹은 차 문화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차 교육이 중요하다. 티를 즐기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시장이 성장할 수 있으므로 차 관련 교육과 인프라 확충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1일 경기 안산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대강당에서 송우준 에버티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버티는 7기 청년사관학교생도 중 30곳의 우수기업에 선정돼 22일 부스 전시를 한다. 사진 제공=에버티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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