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20인 중, 찬성 220인으로 가결처리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2월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다. 여야간 쟁점 현안에 대한 대치로 ‘빈손’ 국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올해 경제민주화를 집중 겨냥한 국정운영과제 등 재벌개혁 이슈는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배구조 규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재계도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형국이다.
국회가 30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 일정에 돌입했다. 2월 임시국회는 내달 28일까지 진행된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이날과 함께 내달 20일, 28일에도 열린다. 이날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임시국회 현안을 논의하고 민생 법안부터 먼저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화재참사가 잇따르고 평창 동계올림픽과 개헌 이슈도 맞물려 법안 처리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과 재계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월 임시국회는 소방안전·노동 분야 입법으로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상대적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은 중심에서 다소 멀어진 분위기다.
그렇지만 지난 임시국회에서 법안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 이견이 크지 않고 정부도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도 불법행위가 전제되는 처벌 규정인 만큼 반대 명분이 약하다. 현재 하도급법과 가맹법, 대리점법에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손해배상액도 무조건 3배로 고정해 처벌을 강화한다. 더불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등의 위반 시 과징금을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유통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법안과 함께 입법 확률상 우선순위에 꼽힌다.
상법 개정안 처리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전자투표제만 합의 가능성이 보일 뿐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분리선출 등에 대한 여야간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최근 SK그룹 내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도입하며 솔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SK 역시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는 전자투표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여야 입장차가 크고 논의도 좀 더 숙성돼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재계가 기대하는 법안도 없지 않다. 신산업 규제완화 관련 법안들과 함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발의하기로 한 일명 ‘4대 패키지법’ 등이 기대를 낳는다. 4대 패키지법은 기존 규제프리존법에서 대기업 특혜 등의 독소 조항을 빼고 대안 발의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추진해온 법안이라 합의를 통한 입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4대 패키지법은 내달 중 발의될 것으로 전해져 물리적으로 2월 임시국회 처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월 임시국회를 떠나 올해는 전반적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제도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운영과제에 다수의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들이 포함돼 있으며 그 중 올해까지 실행 목표를 설정한 것도 많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 금지,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지주회사 전환 과정의 주식거래 양도차익 과세이연 등이 대표적이다.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법안소위 등 관문이 만만치 않지만,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양도차익 과세이연은 이미 주요 그룹들의 지주전환을 재촉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 고리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등은 제도 일몰 시 타격이 클 수 있어 올해 안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의 자발적 개혁 2차 데드라인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정해 뒀다. 하반기엔 금산분리, 순환출자 규제 입법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정위는 또 지주회사의 상표권 수취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에 나서는 한편, 공익재단이 소유한 지주회사의 지분구조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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