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유치전이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저축성보험 확대가 고객 부담은 물론, 업계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를 포함한 10개 생보사가 올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상향 조정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0.11%포인트, 0.16%포인트 올렸고, 나머지 생보사들도 적게는 0.01%포인트에서 많게는 0.15%포인트까지 공시이율을 상향 조정했다.
공시이율 상향은 시장 선점을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공시이율이 오르면 고객들이 되돌려받는 만기·해지환급금도 늘어나 단기적인 고객 유치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저축성보험은 가계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융소비자맹이 최근 발표한 ‘가구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험 종류별 평균 납입보험료는 연금보험이 18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저축성보험(17만9000원), 변액보험(14만9000원)이 뒤를 이었다.
높은 보험료는 높은 해지율로 이어진다. 변액보험 가입자 중 35.6%, 저축성보험 가입자 중 29.6%가 중도해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지 사유로는 가장 많은 28.2%가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중도해지는 전적으로 가입자에 손해다. 순수 저축성보험은 보험료 납부기간이 일정 기간을 경과하기 전까지 환급금이 원금보다 적고, 보장성과 저축성이 결합된 보험은 납부 보험료의 일부만 저축성으로 적립돼 초기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거의 없다.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높아지는 건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새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부채의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어 그간 저축성 보험을 확대해온 생보사들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게 된다.
업계 내에서도 되도록 저축성보험 판매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의 원래 목적은 위험 보장이기 때문에 환급금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며 “고객들이 보험금을 돌려받는 걸 선호하다보니 업계에서 무리해서 보장성보험을 확대한 면이 있는데, 업계도 노력해야겠지만 고객들도 보험에 가입하려는 목적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의 저축성보험 유치 경쟁이 업계와 고객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고객이 보험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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