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난해 최대 악재로 작용했던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 분위기로 돌아서며 국내 배터리업계 표정도 밝아지고 있다. 올해는 유럽 생산기지 가동 원년이라 생산력 증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하지만 원료가격 상승과 협소한 자국 시장 및 브랜드 영향력 등의 불안요소도 공존해, 올해가 사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배터리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적극적 수주에 나서 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목소리가 일치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 방중으로 본격화 된 한·중 관계 해빙무드는 양사에도 긍정적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한반도 사드배치 보복성 조치로 총 12회에 걸쳐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에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들을 제외시킨 바 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해 1분기 2위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분기 4위로 하락했다. 삼성SDI는 5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현지 정부 규제에 막혀 활로를 찾지 못했던 국내 배터리업계는 최근의 한중관계 해빙무드를 크게 반기고 있다. 중국 산둥성 웨이팡의 한 전기차 공장에서 자동차가 제조 중인 모습.사진/신화뉴시스.
올 상반기 양산을 앞둔 동유럽 생산기지 가동도 생산량을 증대시킬 요소다. LG화학은 1분기 폴란드 공장(연산 10만대), 삼성SDI는 2분기 헝가리 공장(연산 5만대)의 생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6년 전 세계 108만대에서 266만대 규모로 급증, 전기차 시장 만개 시기로 전망되는 2020년을 앞두고 기초 체력 구축을 마친 셈이다.
다만, 불안요소도 공존한다. 지난 1년간 배터리 원료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급등한 점은 업계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2월 톤당 3만1788달러(약 3388만원)였던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12월 7만2589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협소한 내수시장과 자국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 약세 역시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20위 안의 국내 브랜드는 현대·기아차(19위) 단 1곳으로 2만3000여대를 판매했다. 총 9개 브랜드가 26만대를 합작한 중국과 11만대를 판매한 일본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비록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LG화학과 삼성SDI의 성과가 주로 유럽 브랜드와 손잡은 결과물이긴 하지만 최근 BMW등 유력 자동차 브랜드들이 배터리 자체개발 계획을 발표한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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