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거론하기 민망한 스튜어드십 코드 1년 성과
2017-12-21 06:00:00 2017-12-21 06:00:00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지 1년을 맞았지만 그 사이 성과를 얘기하기가 머쓱하다. 제도 도입 이후 5개월이나 지나서야 첫 참여 기관이 나온 데다 1년 동안 참여한 기관이 15곳에 그치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스튜어드십 코드 효과가 나타날 지도 미지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활동을 공개하자는 내용의 의사결정권 행사지침이다. 기업 가치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관이 투자 대상 기업의 주주총회 등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라는 취지다.
 
현재까지 참여 기관은 15곳에 그친다. 메리츠, 트러스톤, 하이,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 4곳과 홍콩계 헤지펀드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미국계 투자회사 달튼 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주식회사 등 자문사와 해외 기관투자자가 전부다. 연기금은 한 곳도 없다.
 
정착이 미뤄진 것은 기관들의 국민연금 눈치보기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 600조원을 굴리는 기관으로 자산규모 기준 세계 3대 연기금에 꼽히며, 국내 상장기업 중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 수만 350개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국민연금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관리 거버넌스를 동시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입을 공식화하긴 했지만 국민연금이 이르면 올 연말 도입을 확정하면 다른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들이 연쇄적으로 참여에 나서면서 내년부터 제도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꺾인 것이다.
 
기관들의 부진한 참여율은 제도가 불러올 효과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결과다. 당장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로 투자 기관들이 기업의 의결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환원책의 하나고,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함과 후진성은 한국의 기업 배당성향이 낮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이 기업경영에 적극 나설 경우 재벌 총수의 경영권 남용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만년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얘기만 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이를 '코리아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투자 기관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올해 코스피가 7년이라는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 박스피를 탈출한 데는 기업들의 실적 레벨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배당 확대와 같은 시장친화적 조치는 우리 시장의 질까지 높이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되새기길 바란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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