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한방티캡슐로 건강을 제공하겠습니다"
(스타트업리포트)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유럽 티캡슐 시장 커…판로 개척해 수출할 것"
"스타트업 장점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
2017-12-22 06:00:00 2017-12-22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간편하게 건강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지난 11일 만난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는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한방티캡슐로 건강을 제공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창업한 메디프레소는 한방 에스프레소 머신(제조업)과 한방티캡슐(식품업)을 동시에 하는 스타트업이다.
 
메디프레소는 기존 시장을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투 트랙 전략을 썼다. 먼저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가 양분하고 있는 커피캡슐 머신 시장을 활용했다. 네스프레소 캡슐과 돌체구스토 캡슐은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메디프레소는 두 머신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캡슐 카트리지'를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한편 고압 순간 추출 방식의 커피캡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몸에 좋은 여러 한방차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한방티캡슐을 개발했다. 요컨대 메디프레소 한방티캡슐 하나로 메디프레소 머신, 네스프레소 머신, 돌체구스토 머신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방티캡슐'과 '캡슐 호환 방식'은 모두 시장에 없던 개념이다.
 
창업 2년째인 김 대표는 올해 거둔 성과의 핵심은 '자신감'이라고 했다. 여러 차례 창업경진대회에서 아이디어의 우수성을 검증받았고, 실제 소비자와 접촉하며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지난달 9일 열린 서울 카페쇼에서는 한방티캡슐 매출 2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스타트업 데모데이 최우수상 수상(9월), 당진 Thank you 전국청년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11월) 등 메디프레소는 올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김 대표는 내년이 올해보다 더 바쁜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 출시 전 미리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 크라우드 펀딩으로 메디프레소 머신의 시장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프레소 머신은 1차 시제품에 이어 보완을 거쳐 최종 시제품이 완성된 단계다. 한방티캡슐 종류를 늘리고, 블랜딩차 시장이 큰 유렵 등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해야 한다. 내년 2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재 박람회(Ambiente) 참가 준비로 바쁜 날을 보내는 김 대표를 만나 한방차와 창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디프레소 머신과 한방티캡슐. 사진=메디프레소
 
언제 창업을 결심했나.
 
운 좋게도 대학 졸업 후 모 대기업 공채로 들어갔다. 정말 좋은 대우를 받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서 복지 조건도 좋았다. 하지만 20년 이후 미래를 생각했을 때 승진, 명예퇴직 등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원이 돼도 2~3년 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내게 창업은 도전의 시작이었다. 퇴사 후 1년 동안 정말 후회도 많이 했고 힘들었다.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던 때였다. 6개월가량 방황하던 시기가 지나가니까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마음 먹고 일을 추진해 나가다보니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구상했나.
 
마트에 가면 커피 캡슐 코너가 있다. 왜 커피캡슐만 있고 티캡슐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한의사 조언을 듣고 관련 분들과 교류하면서 한방티캡슐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한방차가 몸에 좋다는 건 알지만 보통 입에 쓰고 먹기 번거로운 면이 있다. 간편하면서도, 기존 한방차보다 맛과 향은 좋으면서 티백보다 진한 무언가를 개발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커피캡슐 머신을 보니까 커피는 고압 순간추출이 가능한데 차도 가능할까 물음을 던졌고, 차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기 창업 자금은 어떻게 충당했나.
 
처음에 퇴직금 등 사비로 충당하려고 하다가 정부지원 쪽을 알아보게 됐다. 우수한 아이디어만 있어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7기·안산 400명) 도움을 받았다. 1년에 최대 1억원, 사업화자금을 지원해줬다. 지난해 지원을 받았고, 올해도 연계해 도움을 받았다. 정말 큰 힘이 됐다. 스타트업은 초기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청년창업사관학교 덕분에 자금지원·사업코칭 등으로 초기 시행착오를 크게 줄였다.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초창기 팀을 꾸리기 전 혼자 연구·개발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사업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몰라서 불안했다. 잘 안되면 바로 아이템을 포기하고 피봇팅(기존 아이템 포기 및 방향전환)할 생각도 있었다. 그 시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제품이 나오고 시장 검증도 받으면서 확신이 생겼다. 그때부터는 사업이 재밌다. 사람 만나는 일, 홍보하는 일도 재밌다. 투자금·정부지원금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내는 100~200원이 제일 소중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회사는 매출이 제일 중요한데, 고객이 내는 금액이 사업의 기반이다. 지금은 좋은 제품 만들고 시장에 내놓는 일에만 신경 쓰고 있다.
 
시장 수요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점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가정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한방차 추출에 관심을 많이 갖고 문의를 하고 있다. 카페 쪽에서는 차 메뉴를 늘리고 싶은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제조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각 재료를 갖추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캡슐 1개당 200~300ml가 추출돼야 하는데, 버튼 하나로 이 같은 양을 한 번에 추출하는 기계가 현재 시장에 없다. B2B 쪽으로는 관공서, 은행, 병원 등에서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니즈가 있다.
 
메디프레소는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참가했다. 사진=메디프레소
 
수출도 생각하고 있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원으로 내년 2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재 박람회(Ambiente)에 참가하게 됐다. 티캡슐 분야의 바이어와 해외 유통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품을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제품 만들고 나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어떻게 제품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유통을 해야 되는지 계속 고민 중이다. 이번 박람회는 수출 쪽에서 굉장히 중요한 행사다. 유럽에는 티캡슐 시장이 크다. 네스프레소 머신은 유럽에서 대중화가 됐고, 보통 가정마다 1대씩 있다. 유럽인들은 티백으로 커피를 안 마신다. 고압 추출 방식의 티캡슐로 마시면 맛이 더욱 진하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 시장도 크다.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이다.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시장에 한방티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진출하는 거다. 현재 효능에 기초한 한방티캡슐 12종을 판매 중인데, 단일차(단일 성분으로 슈퍼스타급으로 알려진 울금·구기자·당귀·인삼·홍삼·녹용 등) 12종, 완성차(십전대보탕·쌍화탕·경옥고·공진당·총명탕 등) 12종 등 12종씩 제품군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한방티캡슐뿐만 아니라 메디프레소 머신도 제조하는데.
 
1차 시제품을 만들 때 1억원가량 들었고,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2차 시제품에 7000만~8000만원이 들어갔다. 현재 최종 양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다. 금형과 양산을 위해서는 2억원가량의 자본이 필요한데, 자본을 투자받거나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최종 시제품은 1차 때보다 기능·성능 등에서 보완이 이뤄졌다. 열과 압력이 발생하고 물이 들어가는 기술은 연구 개발 난이도가 높다. 메디프레소 머신이 그렇다. 물이 필요하고, 물을 데우는 열이 생겨야 하고, 고압 추출 기술이 필요하다. 1차 시제품은 압력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는 기술 난이도가 높았다. 2차 시제품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내년 초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의 시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오픈마켓에 제품을 올려놓을 생각도 있다. 반응이 좋으면 직접 유통업체에 대량으로 물건을 넘길 수도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대응할 생각이다. 스타트업의 장점은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종 목표는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이다.
 
식품 대기업이 사업 영역을 노리지 않을까.
 
D사 등 다른 커피 쪽 업체에서 문의가 온 적이 있다. 신문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웃음). 어디까지 개발했느냐, 캡슐에 뭐를 넣느냐 등 문의였다. 어쨌든 대기업이 벤치마킹한다는 건 좋은 징조다. 많은 업체가 들어와 시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차별화로 승부하면 된다.
 
2018년 목표는 무엇인가.
 
2018년은 일이 정말 많고 기회도 많은, 기대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2~3월쯤 크라우드 펀딩으로 본격적으로 매출을 낼 계획이다. 오프라인 유통 쪽도 생각 중이다. 한방티캡슐 제품은 늘리고, 메디프레소 머신도 다양화 해야 한다. 목표를 정할 때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년에는 동시다발로 사업을 진행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스타트업의 생명은 속도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을 주시해 대응할 계획이다.
 
녹차 티캡슐도 연구·개발 중이다. 시장에 제주 녹차 티캡슐은 없다. 캡슐티를 애용하는 외국인이 많은데 제주 녹차캡슐은 메리트가 있는 상품으로 판단된다. 아직 상품화 전 단계로 제주에서 녹차를 구해 연구하고 있다. 녹차를 캡슐에 넣는 게 쉬운 기술은 아니다. 맛과 향을 내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메디프레소의 비전은 무엇인가.
 
간편하게 건강을 제공해드리는 게 꿈이다. 플랫폼은 캡슐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동결 건조 형태의 분말 형태로도 만들 수도 있고, 스틱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만들면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좋은 것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사진=메디프레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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