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사례가 두드러지면서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지난 15일 오전 10시경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탈원전을 강요하는 정부, 불안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목의 정책 브리핑을 진행했다. 프레젠테이션 영상으로 직접 진행에 나서며 나름 공들여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손 의원은 브리핑에서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이 졸속으로 바뀐 사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4시간여가 흐른 오후 2시반쯤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했다. 국민의당이 탈원전 정책을 비판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국민의당이 거꾸로 기존 원전설비의 불안전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은 지진 발생 이후 “이번 지진으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며 “학교, 공공기관, 도로, 지하철 등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노후 건축물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오전에 발표한 탈원전 브리핑 내용 때문에 머쓱했던 것일까. 원전에 대한 내용은 쏙 뺀 채 내진 설계 의무화, 노후 건축물 안전관리 등을 운운하며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내놨다.
사실 탈원전 정책은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의 공약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밝혔고, 당시 안 대표를 대신해 선거대책본부의 이태흥 정책실장이 ‘잘가라핵발전소’ 서약식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랬던 안 대표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재개 결론에 1046억원을 날렸다” “원전 대체 수단이 없다” “전기료가 폭등한다”며 친원전 측 주장을 근거로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당과 안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양비론과 반대를 위한 반대였던 것이 사실이다. 원전 정책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못한 채 자기 정체성만 잃어가고 있는 꼴이다.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안전과 수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자”고 결론 내린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두 마리 토끼 잡으려 했던 안 대표의 행보가 생각난다. 시민들은 국민의당의 모호성과 양면성에 짜증을 내고 있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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