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백남기씨 사망 사건' 구은수 전 서울청장 등 4명 기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강신명 전 청장은 무혐의 처분
2017-10-17 14:00:00 2017-10-17 14: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17일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구은수 경찰공제회 이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날 구 이사장과 전 서울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 신윤근 총경, 전 충남청 제1기동대 살수 요원 한모·최모 경장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이사장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현장지휘관과 살수 요원의 직사 살수를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 이사장은 살수차의 직사 살수가 당일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데도 집회 참가자의 머리를 겨냥하지 않도록 지휘하지 않은 채 계속 살수만 지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지휘관이었던 신 총경은 '가슴 윗부분 겨냥금지' 규정 등 지침에 위반되는 직사 살수를 방치한 혐의다.
 
한모 경장 등은 시위대와 떨어져 혼자 밧줄을 당기고 있는 백씨의 머리에 약 2800rpm 고압으로 약 13초 동안 직사 살수했고, 백씨가 넘어진 후에도 다시 약 17초 동안 직사 살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차벽 등에 가려 현장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CCTV 모니터를 자세히 관찰하거나 확대해 현장 상황을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지면을 향해 살수를 시작한 후 점차 상향해 살수하는 등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했다.
 
다만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지휘관, 살수 요원 등을 지휘·감독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한 직사 살수에 대한 지휘·감독상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전 청장을 상대로 한 검찰의 조사는 민중총궐기 집회 약 13개월 후인 지난해 12월14일 서면으로 이뤄졌다.
 
백씨는 직사 살수를 정면으로 맞아 쓰러졌고, 의식불명 상태로 버텨오다 결국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검찰의 진료기록 감정과 법의학 자문 결과 백씨의 사망은 직사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인정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백씨의 유족이 사망진단서 수정 요구와 함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검토를 거쳐 6월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사인을 기존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했다.
 
앞서 백씨의 유족은 2015년 11월18일 강 전 청장 등 책임자 7명을 살인미수·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1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서야 경찰 고위급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구 이사장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러한 노골적인 늑장 수사와 시신 강제부검 시도 등으로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 동안 최악의 검찰권 오남용 사례 중 하나로 백씨의 사망 사건을 선정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이 사건 수사를 정상화한 검찰은 지난달 7일 백씨의 딸 도라지씨 등 유족과의 면담에서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이후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평소 인원 9명보다 많은 14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고, 심의 결과 위원 만장일치로 구 이사장 등의 불구속기소 의견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백남기투쟁본부 주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 발생 600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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