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북한의 무단 가동을 확인하기 위해 정부에 방북신청을 하기로 했다. 새 정부 들어 첫 방북신청이다. 더불어 공단 폐쇄 조치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액 보상도 요구했다.
신한용(가운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무단 가동 관련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성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제34차 대책회의를 갖고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입주기업들은 정부에 방북신청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방북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차례에 걸쳐 방북을 신청했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신한용 비대위원장은 "과거 세차례 방북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며 "새정부 들어 방북신청에 대한 의지는 강했지만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시기를 잡지 못해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북측의 공단 무단 가동에 대해 "개성공단 투자자산은 기업의 자산이므로 무단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북측은 우리 기업자산의 가동을 즉각 중지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더불어 남북 양 당국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개성공단 무단가동의 진위를 확인하고 시설물 유지관리와 보존대책 마련을 위해 공단에 방북할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당하고 불법적인 개성공단 폐쇄조치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입주기업의 정당한 보상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도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진상을 밝혀 주기 바란다"며 "이로 인해 생존위기에 처한 입주기업은 물론 5000여 협력업체가 입은 막대한 피해에 대해 즉각 정당한 보상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비대위는 이날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새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우리 개성기업인들은 신정부 출범 후 간절한 바람과 기대를 안고 개성공단의 미래를 지켜봤지만 자해적으로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한 지난 정부와 신정부가 무엇이 다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는 최소한 개성공단 정상화 로드맵 설정과 법적 절차를 무시한 전면중단 과정의 진상을 밝히고 입주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전 정부와 차별화된 정당한 피해보상대책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 전면중단 과정의 진상 규명과 함께 즉각적인 정당한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신 비대위원장은 "재산보호 장치도 마련하지 못한 채 군사작전 하듯 폐쇄한 결과가 북측의 임의적인 개성공단 무단가동"이라며 "적폐청산 차원에서 불법적인 전면중단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진상을 밝혀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정부 출범 후 우리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전 정부의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피해지원 조치를 신정부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따져 물었다.
대책회의에 참석한 개성공단내 의류업체 대표는 "의류업종은 공장 규모가 큰 데다 숙련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대체 공장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며 "업체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측이 공단 내 의류공장을 무단 가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유주의 동의 없이 공장을 가동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시설 점검을 위한 것이기에 이번 방북은 마땅히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전날 "사실관계 확인과 자산 점검을 위해 방북을 요청할 경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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