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시중은행의 자동차 담보대출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압박으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막히자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동차 담보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EB하나·우리·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자동차대출 잔액은 2조152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의 자동차 대출 잔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2015년 말(8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8개월 만에 2.5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앞서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자동차 담보대출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신한 마이카 대출'을 출시했다. 이후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말 기준 4대 은행의 자동차 대출 잔액에서 신한은행은 88.7%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타 은행들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모바일 전용 자동차 담보대출 상품인 'KB 모바일 매직카 대출'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1Q오토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자동차 가격의 120%까지 최대 1억50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KEB하나은행은 이어 오는 30일까지 중고차플랫폼 핀카와 제휴를 맺고 '원큐 오토론 중고차구입자금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에 KEB하나은행에 중고차 구입자금을 신규 신청하는 고객은 신용등급과 대출금액·기간,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연 4.2%의 대출금리가 제공된다. 신청 즉시 7000만원 한도로 대출가능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급여소득자 또는 개인사업자의 구분 없이 중고차 구입가 이내에서 최대 120개월까지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달에는 우리은행이 '우리 카 행복대출'과 '위비 모바일 오토론'의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늘리고, 차량 가격의 110%까지 대출해 주고 있다. 위비 모바일 오토론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신차 외에 중고차에 대해서도 대출을 해주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기존 중고차 할부금융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취급수수료를 없애고 자동차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자동차 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데는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세는 3조1000억원으로 전월 4조8000억원 보다 35.42% 감소했다. 대출 증가세 외에도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일 평균 주담대 신청 건수도 감소했다. 해당 지역 LTV·DTI 규제를 각각 40%로 강화하는 감독규정이 적용된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일 평균 주담대 신청 건수는 464건이었다.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일 평균 신청 건수인 1092건 보다 57.51%가 감소한 수치다.
주담대와 달리 자동차는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담보물 위험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차선책으로 자동차 담보대출의 영업이 강화됐다"며 "특히 시중은행들은 계열사로 캐피탈사를 보유하고 있어 타 금융권보다 쉽게 이들 계열사와 연계한 자동차 대출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시중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동차 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