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이어 이란에도 참수 작전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통미' 내건 김정은은 무슨 생각할까
2026-03-03 06:00:00 2026-03-03 06:00:00
미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오전 이스라엘과 함께 한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6)를 살해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하메네이의 위치에 대한 정밀 정보(high fidelity)를 이스라엘에 전달했고, 이후 테헤란 내 이란 고위 관계자 거주지, 회의 장소가 밀집한 '지도자 단지'를 목표로 하는 작전이 수행됐다. 이날 이란 지도부가 회의를 하기로 했던 최고지도자 집무실, 대통령 집무실, 국가안보회의 세 곳에 오전 10시가 되기 전 공습이 가해졌고, 이 공습으로 하메네이를 비롯해 국방 장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 등 이란의 군사·안보 분야 최고위 인사 40여명이 죽었다. 하메네이의 집무실이 있는 거처에는 폭탄 30여발이 투하돼 거처에 머물던 하메네이의 딸·사위·손녀 등 가족 3명도 사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은 애초 야간 공습이었으니, 이란 지도부가 이날 오전 회의를 열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하며 작전 계획을 수정했고, 특히 CIA가 이 회의에 하메네이가 직접 참석한다는 사실까지 파악하게 되면서 이례적으로 대낮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 지도부가 한 장소에 집결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동시 제거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작전에는 미 전쟁부(국방부)의 핵심 AI 소프트웨어 공급사인 팔란티어,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클로드' 등의 최첨단 정보기술이 활용됐다.
 
지난달 28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마련된 이란 공격 관련 상황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빈에서 계속 논의"…미국, 이란과 핵협상 와중에 기습 공격
 
미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이란의 핵·미사일 시설과 이란 지도부 거처를 타격하는 양 갈래 작전을 벌였다.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승인이 따라 이란 해역의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전투기, 해상에 대기 중인 전함과 구축함, 중동의 육상 기지에서 토마호크 미사일과 자폭 드론 등 수백 대가 이란 수뇌부들이 모인 장소와 하메네이 거주지, 이란군 미사일·드론 발사 기지, 방공 체계, 군용 비행장을 동시에 공습해 성공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작전을 준비해 왔음을 보여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작전 성공 뒤 "우리는 하메네이의 주거지를 파괴하고 IRGC 지휘관들과 고위 핵심 관리들을 죽였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이 처음부터 하메네이 제거를 목표로 한 정밀 '참수 작전'이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란 신정체제에 대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가 목표임을 선언했다. 그는 이란 공격을 처음 알리면서 이란 국민들을 향해 "우리가 (공격을) 끝내면 당신들의 정부를 접수하라"고 촉구하면서 "이것은 아마도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분의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종합해 보면, 트럼프는 AI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란의 최고지도부를 도려내는 '참수 작전'에 성공하고, 레짐 체인지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정부들처럼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해 최고지도부만 도려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법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트럼프가 지난 1월 "내게 국제법은 필요 없다"며 "나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의 도덕성이 유일하다"고 말한 그대로다.
 
특히 이번 미국의 공격은 이란과의 핵협상 와중에 기습이라는 점에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3차 회담 종료 뒤, 회담을 중재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양측 대표단이 각국 정부와 협의한 뒤 다음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술적 차원의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빈에서 후속회담을 하기로 약속해 놓고 공격해 버린 것이다. 제네바 핵협상을 '이란 레짐 체인지를 위한 기습공격'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한 기만전술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추모하는 테헤란 시민들. (사진=뉴시스)
 
베네수엘라도 이란도 지상군 투입 않고'외과수술식 타격'으로 지도부만 제거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에도 베네수엘라를 기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뉴욕으로 압송해 가는, 일종의 참수 작전을 벌여 성공했다. 마두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보능력, 전자기 펄스(EMP)로 무기 시스템과 병력을 무력화하는 디스컴버뷸레이터(Discombobulator) 등 압도적 전력으로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딱 마두로만 끄집어냈다. 
 
마두로 압송과 하메네이 살해 과정을 통해 전쟁에 묶일 위험성이 큰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고 참수 작전을 벌여 수뇌부만 제거하는 트럼프식 군사행동의 패턴이 분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통미' 입장을 밝힌 북한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9차 당대회(19일~25일) 기간에 한 '사업총화보고'에서 "우리는 현재처럼 앞으로도 계속 미국과의 대결에 만반으로 준비하며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는 대미 정책 기조로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천명했듯이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 인정과 한·미 군사훈련,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배치 중단을 전제로 미국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트럼프의 중국 방문(3월31일~4월2일)을 북미 회담의 문을 여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잇따른 미국의 '참수 작전'은 이에 적신호가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해 간 직후 김정은은 '핵전쟁 억제력 고도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했다. 핵 보유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에 미국은 하메네이를 제거하면서 이란과의 핵협상을, 기습공격을 위한 기만전술로 사용했다. 북한으로서는 핵협상의 내용뿐 아니라 협상 자체도 믿을 수 없다고 인식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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