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전쟁을 끝내는 대통령'을 자임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행동에 착수하면서 미국 정치권과 유권자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는 달리, 다수의 미국 국민은 전면전 확대와 경제 충격을 우려하며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워싱턴DC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짓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미군 사상자 발생 땐…공화당 지지자 42% "지지 줄일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작전이 매우 잘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한 번의 공격으로 48명의 지도자가 사라졌다"며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이어 "필요하다면 이번 주 내내 혹은 그 이상 계속될 것"이라며 군사적 압박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은 대통령의 자신감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2월28일부터 3월1일까지 미국 성인 1282명 대상)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7%만이 이번 공습을 지지했고 43%는 반대했습니다.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23%가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특히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안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화당 지지자 중 42%는 "미군이 중동에서 사상자를 낼 경우 이란 대응에 대한 지지를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은 사실이 발표되면서, 추가 피해 가능성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해 애도를 표하면서 "안타깝게도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6분 분량의 영상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이 "우리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트루스소셜 캡처)
경제 변수에 공화당 균열까지…중간선거 앞 '트럼프 리스크'
경제 변수는 더욱 민감합니다. 응답자의 45%는 "휘발유나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경우 군사작전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브렌트유 가격은 공습 직후 급등했고, 경제전문가들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소비자물가로의 전이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도 부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9%(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외교가 아니라 '경제'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이 미국인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단기전으로 마무리된다면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유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선거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화당 내부의 균열도 변수입니다. '아메리카 퍼스트' 고립주의 노선을 기대했던 일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은 장기전 가능성에 불안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고립주의 공약과 배치된다"며 실망을 표했고, 장기전으로 번질 경우 분노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실제 트럼프의 오랜 우군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은 X에 "이제 미국은 또다시 전쟁으로 끌려가고 있다"며 “우리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약속받았다"고 적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습니다.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은 이란 공습을 최악의 배신으로 보고 "역겹고 사악하다"고 비판하며 "America Last(미국을 최하위로 두는 정책)"라고 직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을 단순한 군사적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적 비용을 동반한 '고위험 선택'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감에 찬 대통령과 불안을 느끼는 유권자 사이의 간극,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양새입니다. 커트 밀스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대표는 "트럼프는 외교 개입이 가져오는 주목과 상징성에 익숙하지만 그것이 지지율을 높여주지는 않는다"며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지지층 내부의 균열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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