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30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는 이날 한만수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지난 5월29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실장 등 3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검토한 후 고 전 처장 등 피고발인도 소환할 방침이다.
이 단체는 "이들 피고발인은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의 축소 사건과 긴밀하게 관련된 자로서 심지어는 이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의 자체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까지 강력하게 제기됐다"며 "이는 '법률과 양심에 의한 재판'이란 헌법적 가치를 그 근간에서부터 허물었음은 물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것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고발한 지 약 3개월 동안 검찰은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는 통보 말고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이제야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는 늑장 수사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라도 피고발인과 기획조정실의 업무용 컴퓨터와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등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기소를 통해 법질서 수호란 검찰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법원행정처가 사법 개혁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판사 연구모임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 축소를 지시했고, 이를 거부한 판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인사 조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조사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결론을 내면서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고, 사법행정권에 대해서는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6월19일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위한 권한 위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실무 담당자에 대한 인사 조치 ▲대법원장의 명확한 입장과 문책 계획 표명 ▲법관회의 상설화와 제도화 등 내용의 결의안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그달 28일 법관회의 상설화는 수용하지만,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는 거부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법관회의는 지난달 24일 2차 회의에서 '추가 조사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성명'을 의결했다. 이날 법관회의는 "신뢰받는 사법행정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관련 의혹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며 "대법원장의 추가 조사 결의 수용 거부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1차 회의에서 결의했던 ▲현안조사위원회에 조사 권한 위임 ▲추가조사를 위한 자료제출과 보전 조처 등을 대법원장에게 다시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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