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또 다시 변수가 등장했다. 그동안 불협화음을 보이던 도시바와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매각 본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미일 연합'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SK하이닉스도 비상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지난 10일 도쿄에 위치한 도시바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WD와 이달 내 매각 협상 결론을 내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WD는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를 비롯해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치(KKR),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연합을 맺고 1조9000억엔(약 19조7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도시바는 지난 6월 일본 INCJ와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 한국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메모리 사업을 협업해 온 WD가 도시바를 상대로 제3자 매각금지 소송을 제기하고, SK하이닉스의 출자 형태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교섭이 난항을 겪었다.
도시바가 급선회를 한 것은 내년 3월 말까지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시바 입장에서는 이달 최종계약을 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 인수자에 대한 각 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시가 급하다. 여기에 도시바에 자금을 지원한 채권단이 이달 중으로 매각 계약을 체결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어 여유가 없다.
도시바는 법적 분쟁 중인 WD를 인수 대상자로 선택해 교착 상태에 빠진 매각 교섭을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WD는 매각 중지를 요구한 국제 소송을 철회할 방침이다. 스티븐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 일본을 찾아 쓰니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과 만나 인수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WD는 이미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내주 중으로 자산 평가를 포함한 모든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는 매각 금액 등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승인을 얻은 뒤 매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도시바가 WD와 극적인 타협을 이루게 되면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은 수포로 끝나게 된다. SK하이닉스도 실패의 쓴 맛을 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인 중화권으로의 매각은 막게 돼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바와 WD의 협상이 뒤틀리면 또 다시 인수전은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와 WD가 인수가나 출자비율 등에 대한 이견으로 매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그 경우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 다시 협상을 재개하거나, 증자 등의 새로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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