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생활가전 업체들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을 빠르게 좇아가는 벤치마킹(Benchmarking)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 대표주자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는 비슷한 프리미엄 제품을 앞 다퉈 출시하면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가전전쟁은 세탁기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프리미엄 세탁기 '플렉스워시'를 출시하며 2년 앞서 출시한 LG전자 '트윈워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전자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에 드럼세탁기, 하단에 전자동세탁기를 결합한 세탁기를 출시했다. 드럼세탁기 구매자의 3분의 2가 트윈워시를 선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트윈워시의 위아래가 바뀐 3도어 플렉스워시로 대응했다. 당시 플렉스워시가 LG전자 모방제품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트윈워시와는 일체형이라는 점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 트롬건조기(왼쪽)와 삼성전자 전기건조기.사진/각사
LG전자의 삼성전자의 2차 가전 경쟁은 의류건조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전기건조기를 선보이며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인버터는 옷감의 종류나 상태 등을 고려해 모터의 속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히트펌프 방식을 사용한 의류건조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80~90%를 점유하고 있는 LG전자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양사의 격전지는 청소기 시장으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영국 다이슨과 LG전자가 맞붙고 있는 상중심(上中心) 무선청소기 시장에 삼성전자도 다음 달 가세한다. 상중심 청소기의 원조 격인 다이슨이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루자 LG전자는 올해 6월 상중심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을 내놨다. 최강의 흡입력과 긴 배터리 시간을 무기로 삼은 A9은 3주 만에 1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상승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이 같은 경쟁은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스마트 가전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냉장고에 탑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가전에 빅스비를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이 사용자의 습관과 주변 환경 등을 학습하는 스마트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자연어를 인식하는 인공지능 에어컨, 자동적으로 취침모드를 설정하는 냉장고와 스스로 물의 양을 조절하는 스마트 세탁기 등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이 소비자 요구나 생활환경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사는 쫓아가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 같은 변화는 LG와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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