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편의점 출점경쟁…가맹점주 피해 넘어 본사도 결국 부메랑
'한지붕 두 편의점'까지 등장…출점 과열에 수익성 '비상'
2017-08-03 15:01:19 2017-08-03 17:28:09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편의점업계의 출점 경쟁이 도를 넘었다. 기존 편의점 인근에 다른 편의점을 여는 근접출점을 넘어 한 건물의 1, 2층에 서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서는 사례까지 발생하며 원성을 사고 있다.
 
과도한 출점경쟁은 가맹점주의 피해를 넘어서 편의점 본사 출혈경쟁으로 번지며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 건물에 '한 지붕 두 편의점'이 들어서게 됐다. 2층에서 GS25가 8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달 초 세븐일레븐 매장이 아래층에 들어선 것. GS25를 운영하는 점주는 "상도덕, 법 규정도 무시하는 건물주 횡포, 세입자 생계 막는 세븐일레븐 본사의 갑질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내걸며 항의에 나섰다. 이날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롯데그룹 계열사인 세븐일레븐은 해당 점포의 폐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 한 건물의 1, 2층에 서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섰다. 이에 기존에 영업을 하던 GS25 점주가 항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기존 편의점 인근에 다른 편의점이 오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500m 안에 출점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로금을 지급하고 인근 지역에 동일 브랜드 점포를 출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 브랜드는 규제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아 얼마든지 출점할 수 있다.
 
출점에 목을 매는 이유는 '점포수'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경우 소비자와 접점이 많을수록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다한 출점이 오히려 편의점 본사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GS리테일(007070)은 전날 편의점 GS25의 2분기 영업이익이 642억원으로 전년대비 5.8% 줄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1조6013억원으로 전년대비 14.3% 증가했다. 이 기간 매장 수가 1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 성장률이 점포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점포수 기준 국내 1위 업체인 CU 역시 매출액 성장률이 점포 성장률을 밑돌 전망이다. KB증권은 CU의 2분기 매출액이1조37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CU의 점포는 16.8% 증가했다. 매출액을 점포 수로 나눈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 1억2290만원에서 올해 2분기 1조1680만원으로 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 들어갈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업계는 점주와의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상생방안을 발표한 GS리테일은 최저수입보장과 전기료 명목 등으로 매년 750억원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40%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027410)은 아직 상생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점주들을 중심으로 "타사 기준보다 좋은 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준 KTB투자증권은 "일본의 경우 지난 3월 최저임금이 3% 인상된 이후 편의점 세븐앤아이가 가맹점 로열티를 1% 인하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CU가 가맹 로열티를 1% 인하할 경우 내년 매출총이익은 약 300억~400억원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0~15%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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