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명확한 RFP(제안요청서)와 원격개발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28일 서울 금천구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열린 소프트웨어(SW)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RFP를 명확히 해야 과업변경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며 "RFP 전문가가 부족하다면 IT서비스 분야 은퇴자들의 인재풀을 만들어 활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FP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시스템 구축이나 SW의 발주를 낼 때 필요한 사항을 열거한 문서다. 기업들은 RFP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RFP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중간에 요구사항을 변경하거나 추가하는 일이 다반사다. 간담회에 참석한 권영민 펜타그리드 대표는 "4년간 모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시작 후 1년 만에 요구사항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과업변경에 대한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아) 재무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서울 금천구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유 장관은 원격 개발 환경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프로젝트 수행 기업의 직원들은 발주 기관에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IT서비스 기업들은 직원들을 파견하는 것이 부담이다. 이에 대해 굳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원격에서 요구사항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꼭 파견을 보내야 한다는 문화도 바꾸자는 의미다. 유 장관은 "발주기관은 애초에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수행 기업의 직원들을 옆에 두려고 한다"며 "원격지 개발이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MO(프로젝트 관리 조직)나 프로젝트 감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PMO와 감리는 프로젝트 수행 시 요구사항의 구현, 산출물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최열현 인밸류비즈 대표는 "PMO나 감리도 발주처에서 고용하다보니 수행 기업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다"며 "발주처 입장에서 감리의 역할을 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태하 대우정보시스템 대표는 "감리는 프리랜서들이 주로 하는데 사명감을 갖고 하기보다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유 장관은 정부 프로젝트 결과물을 다른 상업적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수행 기업이 다른 사업에서 상업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약속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국가의 지식 자산이 기업의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IT서비스 기업이 정부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결과물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소유가 된다. 하지만 보안 규정으로 인해 수행 기업이 소스코드를 가져나올 수 없는 구조다. 유 장관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하면 각 기능별 모듈 단위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설계 과정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최근 SW산업의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TF '아직도 왜'를 구성했다. 유 장관은 "IT서비스와 SW 업계의 문제는 10년 전과 지금이 다를 게 없다"며 "TF에서 현장 목소리를 청취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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