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신캥거루족’이란 단어를 쉽게 접한다. 결혼하고 직장을 구했지만, 독립할 능력이 부족해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자녀 양육을 맡기고, 생활비 등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는 가정을 일컫는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집값과 전세가가 폭등하면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신캥거루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 초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캥거루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들어 집값이 치솟으면서 이 같은 신캥거루족은 늘어나는 추세다. 웬만한 서울시내 아파트 전세값도 2억원으론 마련하기도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를 모시기 위한 자의적 행동이 아닌 독립할 능력이 없어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태를 빗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슬픈 초상화인 셈이다.
이처럼 신캥거루족이 급증한 이유는 주거비 상승과 취업난, 고용불안, 육아부담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과 전세가 등 주거비는 자녀 교육비와 함께 가계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이 삶의 영위하는데 최소한의 요소인 의식주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서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꼴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최경환표 부동산 대책’의 폐해로 볼 수 있다. 당시 소비 촉진을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DTI와 LTV를 완화했고, 분양가상한제를 풀었다. 자연스레 신규분양과 재건축이 늘면서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후 4년 연속 부동산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총 26만9472건으로 부동산 활황세였던 지난 2006년과 비교하면 40%가 늘어난 규모다. 집값 역시 천정부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값은 지난 14일 기준 3.3㎡당 평균 3461만원으로 금융위기 이전 고점인 2883만원보다 578만원 올랐다.
강남구와 송파구 역시 3.3㎡당 3785만원, 2655만원 각각 뛰었다. 이렇듯 집값과 전세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서민들은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밀려났다. 소비 촉진을 위한 부동산 부양정책은 건설사와 투기꾼들로 인해 변질됐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사회적 양극화를 불러 일으켰다. 경기부양에 따른 수혜는 누가 입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죽어나는 건 서민들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외치는 사이 하우스푸어와 젠트리피케이션이 급증했고, 삶은 더욱 팍팍해져 갔다. 신캥거루족을 양산한 건 정부다. 희망이 없는 사회도 정부가 만들었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와 희망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곪은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서민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 신캥거루족 양산을 막아야 한다. 특히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타산지석 삼아 서민이 공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 흙수저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길 기대해본다.
산업2부 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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