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도권 입주 폭탄…'역전세난' 주의보
”입주 코앞인데 5개월째 전세 안 빠져”
2017-07-25 06:00:00 2017-07-25 06:00:00
올해 하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제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코앞인데 기존의 전세금이 빠지지 않아 잔금을 치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세입자에게 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반환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이 원활하게 융통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전국 입주물량은 총 78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2년간 단기 입주물량은 지난 1990년대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월별로 살펴보면 올해 7월 3만8582가구, 8월 3만5714가구, 9월 2만8985가구, 10월 3만5129가구, 11월 3만2291가구, 12월 4만9662가구, 내년 1월 4만2367가구, 2월 4만8462가구로 8개월간 월평균 입주물량이 3만8899가구에 달한다. 이는 올해 상반기 평균 2만4311가구와 비교해 무려 37.50% 늘어난 수치다. 단순 계산시 월평균 3만8899가구가 새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얘기다.
 
입주물량이 단기간 많이 늘어나게 되면 전세가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전세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김포와 동탄, 일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의 급매물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수도권과 지방 신규 입주물량 현황 및 추이. 자료/부동산114
 
오는 8월 분양 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A씨는 전세가 빠지지 않아 맘고생이 심하다. A씨는 지난 4월 부동산에 전셋집을 내놨다. 새 아파트는 600세대로 입주기간이 30일이라고 건설사의 말에 미리 전세집을 내놓은 것이다. 전세 보증금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갚고, 등기를 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세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최근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가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다급한 A씨는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소에 전세가를 낮추거나 도배 및 장판을 새로 해주는 조건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길 원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세입자가 없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동산 중개사 역시 계약만료 3개월 후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고, 현재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집주인을 두둔했다.
 
인근 다른 부동산 중개사 B씨는 “소형 평수의 경우 집값과 전세가 차이가 작기 때문에 수도권에 갭투자가 많이 몰렸다”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투자자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은 집을 급매물로 내놓지만, 노후 아파트의 경우 신혼부부의 선호도가 떨어져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초 전세가 고공행진이 진정되고 입주물량이 많이 증가하면서 ‘역전세난’이나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전세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세 보증금을 전부 떼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율이 80~90%에 달하고, 입주물량도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최근 ‘주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세입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 2~3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규모는 1조4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00억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가입자도 3300가구에서 6600가구로 급증했다.
 
HUG 관계자는 “올해 대규모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깡통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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