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신세계그룹이 2014년 발표했던 장기 투자계획 '비전2023'이 3분의1 지점을 지난 가운데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환경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불황 속에서 경쟁사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별도기준 총매출액은 2조2439억원으로 전년대비 9.2% 증가했다.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의 매출이 전년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이마트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5조97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 늘었다.
실적 성장의 동력은 투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4년 초 "새로운 유통 업태 발굴,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향후 10년간 모두 3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비전2023'을 발표했다. 유통분야의 핵심인 백화점과 이마트에 12조8000억원, 쇼핑센터와 온라인, 해외유통사업 등에 13조8000억원을 쏟겠다는 대형 투자계획이었다.
첫 타자로는 신세계백화점이 나섰다. 강남점·부산점 증축, 시내면세점·김해점· 하남점,·대구신세계 오픈 등 '6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난해까지 3년간 모두 2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증축과 신규점 효과로 지난해 신세계의 총매출은 전년대비 11.5% 늘었다. 매출 1, 2위를 기록하는 강남점과 부산점을 최근 유통 트렌드인 대형 매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증축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신규점 중에서는 작년 말 오픈한 대구신세계가 올해 총매출 6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세점사업도 7전8기 끝에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신규 매장을 획득하면서 업계 3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에도 6월 일평균 3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하반기 중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는 투자의 바통을 이마트가 이어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이 2020년까지 신규점 출점 계획이 없는 가운데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를 중심으로 한 출점을 예고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김포, 삼송, 군포점에 이어 내년 위례, 목포, 여수, 의왕 등 7곳을 새롭게 열며 연간 3~4곳씩의 신규출점을 예고하고 있다. 상품을 대규모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트레이더스는 불황기에 주목받으며 올 상반기에만 31.7%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 부회장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은 스타필드도 꾸준히 오픈한다. 하남점과 코엑스점에 이어 다음달 고양점 개점을 앞두고 있으며 2019년과 2020년에는 안성과 청라 스타필드가 문을 연다. 2023년까지 스타필드에만 3조~4조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스타필드 사업을 진행하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분을 이마트가 100% 취득하게 되면서 이마트를 주축으로 한 강력한 사업 드라이브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스타필드가 방문자 대비 매출 효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문재인정부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편의점 위드미도 최근 3년간 3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편의점이 포화 상태에 이른 현 시점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구리 물류센터 건립 계획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발이 묶인 상태다.
오는 8월 오픈 예정인 스타필드 고양점 조감도. 사진/신세계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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