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이날 예정된 인사청문회 관련 5개 국회 상임위들을 보이콧했다. 야3당은 한목소리로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등 각종 현안 처리역시 늦춰질 전망이다.
야3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당분간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오늘부터 하는 상임위 활동에 대해 당분간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도 “스스로의 인사원칙을 위배하고 아무런 설명 없이 강경화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국회 의사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역시 이날 예정된 5개 상임위 모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말한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한 항의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야3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 “인사청문회 일정 전체를 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인사청문회와 일자리 추경을 연계하지 않겠다”며 일단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나 한국당 등은 20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출석시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관련 책임을 묻겠다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는 소속 위원 4분의 1이 요구하면 소집된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 모두 운영위 소집에 찬성하고 있어 소집이 가능하다. 여기에 현재 운영위원장은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맡고 있다.
이러한 야3당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은 위원장 교체 카드로 맞불을 놨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 운영위원장은 관례상 여당이 맡아왔다”며 “(한국당이) 그것을 넘기지 않으면서 발목잡기용으로 쓴다는 의도가 보여 상당히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를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위원장을 여당에 넘기고 인사검증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소위를 운영위원회에 구성해야 한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먼저 시켜놓고 필요하다면 (조국 수석이 출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와 국회를 연결하는 핵심 상임위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참패해 제2당으로 밀려났지만, 집권당이라는 이유로 위원장직을 유지했고, 대선 이후에도 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정례회동을 갖고 7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를 논의했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간 첨예한 갈등으로 이번 6월 국회에서 현안인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 등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의 강경화 장관 임명을 언급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참고용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일침했다. 다만 야당을 향해서도 “인사문제는 인사문제, 국정문제는 국정문제대로 처리하는 인식을 갖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강 장관의 경우 국민 지지도가 굉장히 높고 국민과 야당 사이에서 어떻게 선택할 것이나 하는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도 정부도 어려운 것”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정우택 원내대표는 “협치라는 게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무조건 야당이 따라오라는 게 아니다”라며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고 서로의 관계를 설정할 때 협치다. 정부여당이 협치의 개념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의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정 의장이 제안한 ‘남북 이산가족 촉구 결의안’과 정치자금법 처리에 대해서 합의했다. 또 헌법개정특위 활동기한 연장, 정치개혁특위와 평창올림픽특위 설치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7월 임시국회 소집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정세균(가운데)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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