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철은 가공의 유용성과 단단한 재질의 특성 등으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금속 중 하나다. 철을 이용해 각종 철강 제품을 만드는 철강산업은 자동차, 건설, 조선, 전자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전체 산업 가운데 철강산업의 수출 비중은 5.7%, 수출액으로는 293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철강산업은 정부의 철강공업육성법(1970년) 제정을 시작으로 포스코의 전신 포항제철의 제1기 고로가 3년 뒤 준공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철강업계는 초기 해외 선진 철강사들로부터 저급강 위주의 생산기술을 도입해 소화했으나, 이내 경쟁력의 한계에 직면했다. 이는 곧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인천 송도에 글로벌 R&D센터를 준공하며, 포항과 광양에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았다.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소속으로 금속재료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배규열 박사는 최근 세계 3대 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마르퀴즈의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돼 화제가 됐다.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 달라.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철강솔루션마케팅실 접합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이다. 대학에서 금속재료공학을 전공했고, 금속재료와 나노구조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 2010년 포스코 산학장학생 공채에 선발됐고, 학위를 취득한 뒤 2013년부터 포스코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용 강판 접합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포스코 강재를 사용하는 고객사에 제품 개발 과정부터 상업적 이용에까지 이르는 '토탈 솔루션 제공자(Total Solution Provider)'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배규열 박사가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강재평가실험동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신상윤 기자
마르퀴즈의 '후즈 후 인 더 월드' 가치는.
미국의 마르퀴즈(Marquis)가 매년 발간하는 '후즈 후 인 더 월드'(이하 후즈 후)는 세계적 인명사전이다. 정치·경제·과학·공학·예술·문화 등 각 분야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인사를 매년 선정해 싣는다. 마르퀴즈는 1899년 첫 후즈 후를 출간했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녔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가 발간하는 '국제인명사전'과 미국의 인명정보기관(ABI)의 '올해의 인물'과 더불어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속한다. 세계적으로는 가장 권위적인 인명사전이라고 한다.
본인이 선정된 배경과 절차는.
마르퀴즈가 지난달 초 이메일을 통해 첫 연락을 해왔다. 특별히 이메일 주소를 외부에 공개한 것도 아니었고, 회사 차원에서 스팸 메일을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아왔던 터라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메일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마르퀴즈 본사에서 저를 후즈 후에 실으려고 하니 동의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마르퀴즈는 후즈 후에 등재되려면 인용 횟수가 많은 해외 논문의 실적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발표했던 논문 30여편이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가 많았던 점이 인정받은 것 같다. 그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은 '금속 재료의 초고속 충돌 및 강소성 변형을 통한 금속 간 계면접합 및 나노구조화 현상 규명'이다. 금속 간 충돌을 통해 금속 결합에 대한 메커니즘의 일반화된 개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적 기반이 없었던 탓에 제가 발표한 논문이 후속 연구나 기술 개발에 많이 이용됐다. 2008년 발표됐으며, 지금까지 모두 196회 인용됐다.
이 논문을 포함해 전체 논문의 인용 횟수는 총 879차례다. 대표 논문을 포함해 모두 세 종류의 논문이 세계적 권위를 가진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실렸다. 이 세 논문의 인용 횟수만 346건이다. 대표 논문의 피인용지수는 21.8로, 재료 분야 권위 저널인 악타 머티리얼리아의 평균 피인용지수 5.1에 비해 4배를 웃돈다.
후즈 후에 선정된 소감은.
마르퀴즈는 매년 인명사전을 발간하는데, 제 이름은 올해와 내년 발간될 후즈 후에 등재된다. 지난달 말 등재 확정 통보서를 받았는데, 인명사전에는 제 학위와 직업을 비롯해 소속돼 있는 학회, 연구논문, 수상경력 등이 기재된다. 후즈 후가 매년 국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저명인사를 선정해 등재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또 이 인명사전이 국가의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고 해서 더 기쁘게 생각한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인 만큼 과분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제가 연구한 결과물이 비슷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의미 있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포스코에서의 본인 역할과 그외 학술적 활동은.
포스코에서 전공 분야인 금속재료공학을 기반으로 자동차용 강판 접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철강재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그에 따라 금속재 간 접합 기술의 발전이 필요했다. 그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월드 프리미엄 철강재인 '기가스틸'이 개발되면, 그 철강재 간 접합 기술에 대한 부분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동안 연구한 기술들 중에는 특허로 연결된 것들도 있는데 현재 등록 완료된 특허가 모두 5건이고, 출원 후 등록 심사 중인 것이 5건이다.
후즈 후 인명사전 등재 배경이 됐던 과학 논문의 발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는 미국금속협회(ASM)에서 논문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평가위원은 학회에 제출된 논문을 심사하기 전에 읽어보고 과학적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외에도 대한금속재료학회, 대한용접접합학회, 일본용접협회 등의 회원으로 소속돼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2차례에 걸쳐 최우수 논문상과 우수 논문 발표상을 받았다.
배규열 박사와 동료들이 포스코 글로벌 R&D 센터 내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상윤 기자
연구자로서 최근 철강업계 공급과잉 이슈에 대한 의견은.
과거와 달리 세계 철강업계에 중국 철강회사들이 대규모로 진입하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사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런 가운데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1분기 1조36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 배경엔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 프리미엄(WP) 제품의 판매 비중이 50%를 웃돌았던 점이 있다. 기가스틸과 같은 WP제품의 판매 증가는 영업이익률 증가에 크게 기여한다. 이는 포스코뿐 아니라 다른 철강사들도 비슷하다. 철강사별로 강점이 있는 부문에 자금과 인력을 투자하고 집중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공급과잉은 분명 철강업계의 문제 중 하나지만, 포스코를 비롯해 각 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집중과 투자 전략이 수익성을 높이고 공급과잉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등의 반덤핑 제재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철강사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열연·냉연 강판에 최대 60~65%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사실상 중국의 저가제품 공급을 막기 위한 시도에 국내 업체들이 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자국의 자동차 회사가 철강 제품을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미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 산업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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