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26일 국내 도입을 완료해 다음달 9일 인천발 홍콩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던 A350-900기종의 첫 비행을 같은 달 15일 인천~마닐라 노선으로 변경했다. 신형기 도입 후 충분한 시험비행 확보와 보안장비 점검 및 부착을 위한 부득이한 조정이라지만, 첫 행선지가 당초 계획에 비해 주목도 및 수요가 떨어지는 곳으로 변경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을 통해 홍콩을 오간 여객은 353만45명으로, 필리핀 전체 여객(318만6652명)보다 35만여명 많았다. 마닐라 노선이 필리핀 전체 노선 가운데 6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홍콩 노선에 대한 수요가 마닐라 노선보다 월등히 많은 셈이다.
여기에 다음달 9~15일 A350으로 운항되는 노선을 예매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없이 변경 및 환불을 실시하게 된 점 역시 실질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신형 항공기 A350-900의 첫 비행 일정이 연기되며 개운치 않은 시작을 알렸다. 사진/아시아나항공
A350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격인 ‘이코노미 스마티움’ 좌석을 도입해 주목을 끌었다. 좌석 간격을 늘리는 한편 동체의 53%를 최첨단 복합소재를 적용해 연료 소모량을 기존 항공기 대비 최대 25%까지 개선한 차세대 항공기다. 최근 격화되는 글로벌 항공사간 경쟁에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의 추격까지 매서운 상황에서 대형사 특유의 중장거리 노선 전략에 핵심무기가 될 수 있는 전략 기종이기도 하다.
향후 사업에 있어 핵심이 되는 신형기 출격에 앞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점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B787-9 도입 당시 대규모 기자간담회를 열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고, 조원태 사장이 취임 이후 첫 공식 행보로 해당 행사를 낙점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무게감 측면에서 A350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시 조 사장은 B787-9 항공기 내부에 기자들과 함께 탑승해, 신형기 특장점과 이를 활용한 향후 사업계획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신형 항공기 도입을 통한 효율성 제고로 올해 12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A350 도입에 맞춰 공개 행사를 열어 김수천 사장이 신형기에 대한 설명과 향후 사업 전략 등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최근 내부적으로 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기 도입의 경우 몇 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데다 항공기 자체가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도입시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노출되는 첨단기종을 활용한 항공사라는 이미지 각인 효과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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