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 기자] 우리 나라 사교육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성장해왔다. 명문대 진학이 질좋은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로 사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교육시장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입시 사교육시장은 줄고 성인 사교육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성인 사교육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입시 분야에서 전통 강자였던 기업들이 그간 쌓아온 업력을 무기로 발을 넓히는가 하면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대형사는 몸집을 불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에 시장내 양극화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와 기업들의 상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성공한 김모(32)씨. 재수 학원이 자신의 마지막으로 '사교육'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이 된 이후 오히려 '사교육'에 집착했다. '사교육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었던 셈이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간 김씨는 군복무를 마친 후 복학이 아닌 편입을 선택했다. 1년간 준비 끝에 편입에 성공했고, 전문직을 꿈꾸며 공인회계사 학원에 등록했다. 수험기간 3년을 보냈지만 2차 시험의 벽을 넘지 못했다. 회계사의 꿈을 접고, 그는 취업을 위해 스펙 쌓는 데 열중했다. 토익학원을 다니는 동시에 인터넷강의를 통해 유통관리사, 컴퓨터활용능력,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씨는 "성인이 된 이후 이렇게 많은 사교육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주변에는 이 보다 더 많은 사교육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이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 사교육시장이 주였다면 최근에는 성인 사교육시장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원인은 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절벽에 부딪친 데다 수명이 늘자 질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펙 쌓기에 올인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이 성장기에 돌입한 시점은 1960년대다. 전쟁과 가난으로 인한 어려운 삶을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단 의지가 높아졌고 이는 교육열에 대한 수요로 표출됐다. 박명희 한국사교육연구협의회 회장은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사교육을 통해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면 신분상승과 경제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사교육을 이용했다"며 "보습·입시사교육이 이때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를 전후해 국내 사교육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되고, 또 국내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사교육 시장의 성장이 지속됐다. 이같은 성장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입시 사교육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면서 시장 규모도 20조원까지 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입시 사교육시장도 외형이 줄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절벽은 현실화되고 있다.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학령인구가 지난해 588만명으로 집계되면서 처음으로 600만명 선이 무너졌다. 2000년 800만명에 육박했던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0년 20조원에 달했던 입시 사교육시장 규모도 18조원대로 축소됐다. 이에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입시위주 사교육은 EBS교육방송, 방과후 학교 등 정책적 사항과 저출산 등 영향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인 사교육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입시 시장에 주력했던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성인 시장으로 발을 넓히자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성인 사교육시장은 소규모 기업들도 많아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5조원대로 추산한다. 여기에는 어학 시장이 1조원대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공인중개사 등 자격증 시장도 2000~3000억원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성인 사교육은 범위도 세분화되어 있다. 어학원, 각종 고시 준비 학원 뿐만 아니라 자격증 등 취업 관련 시장, 공무원, 교원 임용 등 국가공인 시장, 전문대학원,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시장, 평생 교육 시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까지 성인 사교육 시장의 주대상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다. 경기불황에 고용이 줄면서 취업의 문이 좁아지자 스펙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려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에 있어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말 한 취업포털에서 300여명의 취준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0% 이상은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31.8%는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6개월 전 당시보다 3.4%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이들이 받은 사교육의 종류로는 '취업 컨설팅'과 '토익'이 각각 35.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직무관련 전문교육'(34.4%)도 비중이 높았다.
점차 수요가 줄어드는 입시 사교육시장과 달리 성인 사교육시장은 향후 전망도 밝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현재 취업준비생들에게 집중된 성인 사교육시장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홍 연구소장은 "직업 하나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오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며 "때문에 성인 사교육시장도 직장인과 실버세대의 수요까지 늘면서 그 범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효정·정재훈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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