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산 복제약이 미국에 진출했다. 대웅제약은 항생제 '메로페넴'의 미국 발매를 공식화했다. 1897년 동화약품의 '활명수'가 첫 선을 보인 이후 120여년만에 이룬 쾌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은 2016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메로페넴의 시판허가를 승인받았다. 미국 내 파트너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지난 14일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다. 미국 의약품 제조·품질기준(cGMP)에 부합한 대만계 CMO(계약생산 대행) 업체의 공장에서 외주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메로페넴은 병원에서 중증 박테리아 감염에서부터 일반 감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다. 폐렴, 복부감염, 패혈증, 폐 감염, 박테리아성 뇌수막염, 피부와 신장 감염 등에 많이 사용된다. 약효가 강하며 항생제 사용시 나타나는 구토 등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메로페넴의 오리지널약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메렘'이다. 메렘은 전세계에서 1조원 이상이 팔리는 블록버스터 치료제다.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는 미국에서 2015년 기준 약 1억4500만달러(약 165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오리지널인 메렘은 1996년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현재 8개의 메렘 복제약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대웅제약 메로페넴이 복제약 중에서 5번째로 시판허가를 승인받았다.
업계에선 국산 복제약이 최초로 전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국 의약품 시장은 약 525조원 규모를 형성해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약 1255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4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워낙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막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전세계 의약품들이 미국 시장에 몰려드는 이유다.
미국 FDA는 세계 최고의 의약품 검사·인증 전문기관으로 꼽힌다.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은 제약사는 글로벌 수준의 R&D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글로벌 신약의 절반 이상이 가장 먼저 FDA에서 승인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FDA에서 검증받은 의약품은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국산 의약품이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까지는 1890년대 우리나라에 근대 제약산업이 출현한 이후 100년 이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미국 FDA에 허가를 받은 국산 의약품은 6개다. 합성신약이 2개였으며, 개량신약, 바이오신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복제약이 각 1개씩 승인을 받았다.
미국 승인 국산신약 1호는 2003년 승인된
LG화학(051910)(옛 LG생명과학) 항생제 '팩티브'다. 10년 뒤인 2013년
한미약품(128940)의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이 국산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동아에스티(170900)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2013년 3번째로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바이오의약품 2개가 미국 땅을 밟았다.
SK케미칼(006120)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는 국산 바이오신약 최초로 미국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는 셀트리온 관절염치료제 '램시마'가 최초로 미국에 입성했다.
국산신약이 연이어 미국 진출길에 오르면서 국내 신약 R&D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이 없다는 점은 제약업계의 과제다. 지난해 하반기 현지 출시된 셀트리온 램시마가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 글로벌 신약 탄생에 도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기까지 자본과 기술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국산 복제약까지 미국 진출에 성공해 국내 제약산업의 R&D 기술력이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FDA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국산신약이 다수여서 글로벌 국산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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