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유동성 지원의 첫 단계인 채무재조정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했지만, 기존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이나 대우조선이 밝힌 인건비 25% 감축 등으로는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원칙에 따라 대우조선 회생 작업에 뛰어든 만큼 대우조선도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회생을 위한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7000억원 가운데 80%(5600억 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5년 연기하는 데 동의했다. 대우조선이 신규 수주를 하면 5억 달러 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서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회사채 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해 사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 회생 방안이 사실상 무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기존 금융당국와 산업은행 등이 내놓은 대우조선 자체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채권단협의회에서 기존의 자체 구조조정으로는 개선효과가 미미하니, 인건비 감축 등 자구 계획이 기존보다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출자전환이나 차입금 만기 연장에는 합의하지만, 앞으로 구조조정 방안 마련 등에 있어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29%에 그친다.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 독자 생존하고 있던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이날 대우조선은 무쟁의·무분규 지속과 함께 전 직원 임금 10% 반납을 포함한 총액 인건비 25% 감축 검토에 들어갔지만, 임금 반납 등은 노동조합이 동의해야 실행 할 수 있다. 현재 대우조선 노조는 고통분담에 동의하면서도 '채권단이 꼭 원하는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자들간의 '치킨 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11월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에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할 당시엔 채권단과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를 두고 치킨 게임을 벌인 바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노조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확충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노조는 '더 이상 희생은 없다'고 버텼다. 자본확충 없이는 법정관리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노조는 확약서를 제출했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일단 출자전환에는 동의했지만 대우조선의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어 회생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또 다시 '혈세 먹는 하마' 소리를 듣는 대우조선에서도 벼랑 끝 버티기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에 조건부 동의했다.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옥앞.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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