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해외 원전 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로 사상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도시바가 컴퓨터 저장장치(스토리지) 시장에서는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도시바는 기존 스토리지인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은 물론 차세대 저장장치로 꼽히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13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4분기 전세계 HDD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4%를 기록하며 미국의 웨스턴디지털(41.4%), 시게이트(39.8%)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도시바의 선전은 SSD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4% 급증하며 삼성전자(점유율 38.8%), 웨스턴디지털(16.1%), 인텔(13.3%)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도시바의 점유율은 8.5%로 집계됐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SSD는 HDD보다 데이터 읽기 및 쓰기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 스토리지 시장은 자기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던 HDD에서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로 옮겨가는 추세다. 특히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등으로 대용량 데이터와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SSD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도시바는 스토리지와 함께 낸드플래시를 핵심 사업으로 키워왔다. 지난 2011년까지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후 삼성전자에 밀려 2위를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7.1%, 도시바가 18.3%를 각각 기록했다. 풍부한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SSD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IDC는 "스토리지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전통적인 IT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당분간 HDD·SSD 제품 출시가 잇따를 것"이라며 "도시바 역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약 7조1250억원)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지분 매각 입찰을 진행 중이다. 당초 도시바는 1월 이사회에서 반도체 부문을 분사한 뒤 지분의 20% 미만을 매각키로 했지만, 손실액이 더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 100%까지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현재 도시바 인수전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업체로는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의 훙하이그룹,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등이 꼽힌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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