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중심은 기업? "여전히 을"
중기청, 산학연 사업 기업 중심으로 재편…기술개발 지원은 '언감생심'
2017-03-02 18:23:13 2017-03-02 18:23:13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경기도에 위치한 한 소기업의 A 대표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산학연협력 기술개발사업에 신청해 선정됐다. 대학 교수와 기술개발을 위한 매칭이 이뤄졌으며, 1년간 7000만원가량의 사업비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았다. 대학에 사업비 가운데 40%가 지원됐지만 협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A 대표가 해당 교수를 만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는 "두 번의 만남도 기술개발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며 "가져간 기술개발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수준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 산학연에 참여하는 기업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술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학 및 연구기관을 매칭해주는 산학연 사업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소극적인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속만 태워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주도했던 산학연 사업을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했지만, 여전히 기업들이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은 그렇게 현실을 겉돌았다.
 
산학연 사업은 지난 1993년부터 추진해온 중소기업청의 대표적인 장수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총 1조5059억원의 예산을 들여 4만2000여개 과제를 지원했다. 올해에도 1308억원의 예산을 해당사업에 편성했으며, 사업에 선정된 중소기업은 1년간 최대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하반기 산학연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주관 기관을 기존 대학·연구기관에서 중소기업으로 변경하며 변화를 꾀했다. 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사업비도 당사자간 합의로 자율 배분이 가능토록 했다. 기존에는 기업에 배분되는 사업비는 총 40% 이내로 제한됐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불성실한 태도를 제재할 수단과 방법이 없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A대표는 "주도권을 기업에 줬다고 하지만 명목상에 불과하다"며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곳도 없다"고 말했다. 충남에 위치한 중소기업의 B대표 역시 "기업이 대학이나 연구기관으로부터 기술개발에 대한 도움을 받는 입장에 있다 보니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쉽지 않다"며 "평가에서 실패하면 지원비를 모두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사업비로 다른 전문업체에 의뢰해 R&D사업을 완성했다. 학교와 매칭됐지만 기술개발에 대한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당사자 간 협력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업 과정에서는 정부가 개입하고 있지 않다"며 책임을 기업과 대학 탓으로 돌렸다.
 
중기청의 산학연 사업은 지난 1993년부터 추진해온 중기청의 대표적인 장수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총 1조5059억원의 예산을 들여 4만2000여개의 과제를 지원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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