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나와 신문받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겠는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 15차 변론기일 종료 후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나와 재판부 또는 국회탄핵소추위원단 측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 변호사다. 이 변호사의 말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출석 여부는 박 대통령의 자유로운 의지에 달렸다. 문제는 국가의 품격, 즉 국격을 탄핵심판에 끌어들이는 대통령 측의 무리한 시도다.
또 다른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의 말은 도를 넘었다. 그는 “탄핵안이 인용되면 내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재판부를 겁박했고, 주심 재판관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서는 ‘국회 수석대리인’이라고 모욕했다. 김 변호사의 심판정 발언은 법률가로서의 법리 반박이 아닌 ‘탄핵반대’ 세력의 결집을 위한 선동에 가까운 막말이다. 최근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변론에서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애국심으로 조국과 국민에게 헌신해 온 그녀의 애국심을 존중해 따뜻한 시각에서 봐줘야 한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도 썼다.
법률상 대리인은 사건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법정 또는 법정 밖에서 당사자를 대신해 의사를 밝히는 자다. 때문에 김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가 넘는 언행이 박 대통령의 의사와 전혀 상관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대리인의 말은 곧 당사자의 의사를 비추는 통로이고, 이를 통해 탄핵심판을 대하는 대통령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심판정 안에서 변론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기 보다는 심판정 밖의 지지세력에 호소하는 데 전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리인들도 탄핵심판정을 박 대통령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럴수록 국격은 땅에 떨어질 뿐이다. 외신을 보면 이미 회복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 국격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박 대통령이 심판정에 직접 나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측과 재판부의 질문에 정정당당하게 대답하는 것이 국가품격에 맞는 일이다. 그러지 않고 대리인 뒤에 숨어서 여론전이나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시녀’ 보다 못한 짓이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는 했지만 최소한 그 ‘시녀’는 심판정에 나와 자신을 스스로 변호하지 않았는가.
이우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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