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등에 5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구글 등이 선도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30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한성숙 차기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조직을 정비하는 네이버는 AI와 자율주행, 로봇 등 신성장 동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가 기술플랫폼 회사가 되기 위해 국내 기술 ·콘텐츠에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AI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음성인식, 기계번역 등에 집중 투자하고 이와 관련된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사진/뉴시스
네이버는 지난해 말부터 라인과 함께 'AI 가상 비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J'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라인의 성공을 이끌었던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CFO는 "네이버와 라인이 공동 진행하는 프로젝트 J를 통해 24시간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가상 비서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며 "라인이 이용자와 매우 밀접한 앱이기 때문에 AI 가상비서 시작점이자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중 대화형 AI를 탑재한 스피커를 출시하고, 자율주행차의 도로 테스트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등 네이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네이버는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는 모바일 서비스 '오디오클립'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콘텐츠 창작자와 함께 새로운 사용 경험을 주는 오디오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오디오클립은 지식, 교양, 실용 분야 위주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다. 구연동화, 미술관·박물관 등 '프리미엄 오디오 가이드', 오디오 포맷 잡지 '오디오진', '오디오 레시피' 등 새로운 형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한다. 네이버 음성합성 기술 '엔보이스'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오디오 콘텐츠 형식을 다각화한다. '음성 댓글'과 '오디오 스크립트 자동 추출', '오디오 검색', '오디오 음질 자동 보정' 등 기능을 추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 정비도 이어진다. 네이버는 웹툰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웹툰 사업에서 효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바꾼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매출이 전년 대비 23.6% 증가한 4조226억원, 영업이익이 32.7% 증가한 1조102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은 1조85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2015년 연매출 3조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앞자리수를 다시 바꾸며 연매출 4조원대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의 이 같은 가속 성장은 광고 사업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의 광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8% 증가한 2조 96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쇼핑 검색 광고를 출시하는 등 광고 상품을 고도화하고 전체 광고매출 가운데 56%를 모바일에서 거둘 정도로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7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한 자회사 라인도 지난해 4분기 매출 374억 6500만엔(약 3840억원), 영업이익 16억 300만엔(약 167억원)을 벌어들이며 실적에 기여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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