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권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국발 금리 상승 흐름을 국내 경제 상황의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손꼽았다. 이자 장사를 하는 금융사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금리 상승 흐름이 지속하면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금융사들의 자본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중점으로 자산 건전성을 지키는 데 골몰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본격화 되는 금리 상승기에 금융사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국내 금융권에서는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정성 악화에 따른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강화가 올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은행 등 금융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규모를 키워 수익을 냈지만, 올해부턴 예년과 같은 속도로 자산을 불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내외적으로 경기침체와 미국발 금리인상 본격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올해 경영전략의 초점을 '리스크 관리'에 맞췄다. 은행권에서는 작년 말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에 가려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하다고 봤던 기업부채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채권자산이 많은 보험업권에서는 시장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이익이 낮아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드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한 2금융권도 리스크 전담조직을 재편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과 가계대출 상환 능력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낮추는 동시에 채권 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외화채권 발행 시기를 분산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자영업자 대출 등 부실 우려가 큰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은행들이 올해 가장 대출을 꺼려하는 분야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1~2%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 목표치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줄이는 이유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 중 은행들이 우려하는 분야는 총자산 10억원 이하의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이다. 음식점, 커피전문점, 목욕탕 등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담보를 갖춘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비해 외생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최근 하락하고 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3719억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인 1조6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주담대 잔액은 380조 8190억원으로 전월보다 1807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주담대 증가폭이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0년 12월(1조8000억원)의 10%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해 월별 평균 주담대 증가액도 2조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채권에 대비한 채권 조달 계획을 분산하거나 미루고 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가 이어져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치가 하락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은행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로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자금조달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시기를 분산해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금리 역시 상승할 것"이라며 "이 경우 대출 상환에 취약한 분야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조달을 위한 외화채권 역시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 전체의 자금조달 여력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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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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