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30분 이 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이 부회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고발 요청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최순실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는 등 그동안 정씨의 승마 활동을 지원한 것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대가의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총 3차례에 걸쳐 독대한 자리에서 이러한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9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을 조사해야 뇌물공여인지, 제3자뇌물공여인지, 기타 혐의가 추가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조사가 끝난 이후 삼성 관련자에 대한 일괄적으로 사법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지난해 12월31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직권남용·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구속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2015년 7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양사의 합병을 찬성하라고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후 이달 7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도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 입건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특검팀에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다른 범죄 사례와 비교해 그 죄질과 범죄 이익의 규모, 재벌 총수로서의 증거인멸 가능성 등에 비춰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게다가 이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했다고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날 최씨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또 다른 태블릿 PC의 실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변호인으로부터 지난 5일 제출받은 이 태블릿 PC에는 최씨의 독일 코레스포츠 설립과 삼성으로부터의 지원금 수수 관련 다수 이메일, 대통령 말씀자료 중간 수정본 등이 발견됐다. 이 특검보는 "정상적인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거친 것으로 재감정이 필요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태블릿 PC의 연락처 이름은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 이메일 계정은 최씨가 예전부터 사용했던 것과 같았고, 최씨가 이메일을 주고받은 주요 상대방은 데이비드 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태블릿 PC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패턴이 최씨가 사용하는 모든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와 같았던 점도 최씨 소유로 판단하는 근거로 삼았다.
특히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10일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2015년 10월13일자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 수정본을 제시하자 자신이 전날 최씨에게 이 말씀자료의 초안을 보내준 적이 있고, 이를 수정한 것이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은 유난히 수정 사안이 많아 특별히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동안 특검팀은 지난해 10월24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JTBC로부터 받은 태블릿 PC의 파일 내용을 분석한 후 최씨가 국정에 개입한 혐의를 수사하는 기초로 삼아 왔다. 이 특검보는 "특검에서는 기존에 제출된 태블릿 PC에 대해 검찰과 같은 입장으로, JTBC가 제출한 태블릿 PC의 증거 능력을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며 "다만 이번에 입수한 태블릿 PC는 경위, 내용 등 부분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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