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춤했던 석유개발 투자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4일 한국수출입은행과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글로벌 석유기업은 올해 유가(WTI)가 배럴당 55~60달러 수준일 경우 석유·가스 상류부문(탐사·개발 등) 지출을 전년 대비 5% 늘릴 계획이다. 특히 국영 석유기업들은 상류부문 지출을 5~10% 늘릴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상류부문 지출이 급감했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세계 상류부문 지출은 지난 2015년 전년 대비 26%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22% 감소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두 해에 걸쳐 약 3000억달러(약 361조) 이상의 투자비가 삭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상 석유개발의 지난해 지출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석유업계 전문가 2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 이상은 올해 상류부문 자본투자비가 전년 대비 5% 증가한 422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자본투자비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대부분 석유기업들은 장기 심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서는 배럴당 60~80달러 수준의 유가가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국내에서도 석유개발 투자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석유산업은 저유가와 공급과잉으로 정제·유통 등 하류부문은 마진을 크게 남기고 있지만, 상류부문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에 생산광구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096770)은 두바이유가 배럴당 41달러 수준이었던 지난 2015년 4분기 석유개발 사업에서만 2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SK이노베이션은 연초에 화학·배터리와 함께 석유개발을 중점사업으로 내걸고 연내 최대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지난 연말 석유개발사업 본부를 미국 휴스턴으로 옮기기도 했다.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을 이유로 지난해 전액 삭감했던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를 올해 '특별융자'로 부활시키며 국내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융자비율을 기존 80%에서 30%로 낮추고, 실패시 원리금 상환 전액 면제에서 70% 면제로 낮추는 등 기업의 책임을 강화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지원설명회에는 SK이노베이션, 포스코에너지,
한국가스공사(036460) 등의 실무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 석유부가 공개한 석유·천연가스 개발사업 입찰참여 명단에도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대우가 포함돼 있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 하울러 광구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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