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최근 수년간 강남 재건축 물량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던 국내 분양시장은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정부의 11.3대책으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칠 줄 몰랐던 강남 아파트 값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는 곧 서울 아파트 값 상승폭 둔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내년 역시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경제성장률과 미국 대선 이후 금리 인상 불안감, 어수선한 탄핵 정국 등이 맞물리며 본격적인 주택시장 하향세가 점쳐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국낸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대표 부동산 전문가로 꼽히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심 교수는 국내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자문하는 부동산 전문가로 현재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과 인천시 민간투자사업 및 도시재생정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올 들어 정부가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 올 한해 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자면.
정부가 올해 펼친 정책의 골자는 가계부채와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8.25 가계부채대책의 경우 실효성도 좀 떨어져 보인다. 대책으로 인해 당장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집단규제 측면에서의 효과도 미미하다. 향후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가격 조정을 보일 때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민감한 시기엔 어떤 정책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히려 시장하락 부추긴 거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 시장판단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다고 본다. 강남권, 부산 일부 지방만 과열이고 나머지는 침체 징후가 거의 나타났는데 그 일부 과열을 잡겠다고 규제책들을 내놨기 때문이다. 경제가 정상일 땐 영향 없는 대책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현재는 거시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라 영향을 받고 있는 것뿐이다.
원래 조정 받아야한다는 인식도 있는데 정부가 대책 내놓으면서잡겠다고 나서니 영향을 받고 있다. 좋은 대책이라고는 평가하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 시장 과열을 우려하다 벌써 경기부양 얘기 나오는 것만 봐도 경제 수장 부재로 인한 시장판단과 정책 가닥을 잡는데 혼선을 빚고 있는 게 느껴진다.
-11.3부동산 대책 이후 조정장세가 실수요 위주 재편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시장 침체라는 부정적 측면의 양분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3대책 이후 현 시장상황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실수요와 투기 또는 투자 수요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다만 대책 이후 가격정체는 분명히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규제 전부터 재건축이나 신규주택 시장은 이미 조정의 조짐이 보였다. 수익형 부동산은 정책 나오기 한 달 전부터 조정에 돌입했다.
규제 탓인지 시장 고점에서의 정체인지는 현 시점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정책이 하락을 가속화 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득이라고 해봐야 강남 집값 잡는 수준이다. 잘못하면 전국 집값이 다 꺾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건설 경기마저 압박하면 내년 전망은 더욱 불안해 질 수밖에 없다.
-서울 주택시장의 경우 전세난이 꾸준한 상승세를 견인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강남권 재건축 분양에 따른 단기 급등 장세가 이어진 것이 큰 특징인 것 같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강남 일반 아파트, 서울 권역, 수도권 등 기존 상승 방정식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남 재건축이 기존과 같이 앞으로 주택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시장 상승방정식의 전제조건은 경제 펀더멘탈이다. 4~5%대에 달했던 성장률이 현재 2%대에 불과한 만큼 시장은 철저한 옥석가리기가 한창이다. 과거엔 강남이 뛰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지방 모두 뛰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강남 수익형 부동산이나 재건축조차 이미 많이 올라 크게 조정을 받는 중이다.
다만 강남이 꺾이면 전국도 꺾이는 현상은 불가피하다. 특히나 내년 지방산업 구조조정과 물량 폭탄, 금리인상 보호무역주의 등 좋아질 기미가 없다. 그 상황에서 강남마저 꺾이는 상황인 만큼 전국적으로 꺾임 현상은 커질 것이다. 즉, 부정적 측면의 바로미터로는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 교수는 "내년 역시 강남 집값은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작용하겠지만, 강남이 오른다고 무조건 적인 상승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건국대학교
-현 정부의 핵심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뉴스테이는 월세를 기피하는 시장상황에서 고가 임대료로 의견이 분분했다. 가뜩이나 정권 말 탄핵정국으로 해당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향후 뉴스테이 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은.
야당 우세와 정국 마비란 현황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물론 월세가 고가지만 지금까진 주변시세 90% 맞춰 인가가 나왔다. 연5% 상승률도 자발적으로 3~4% 수준으로 맞추는 추세인데다 전세보증금을 8년간 안올리겠다는 사업자도 있다. 서민 뿐 만 아니라 중산층 거주도 안정적으로 가자는 취지는 좋다고 본다.
일본처럼 부동산 관리업의 선진화와 함께 나아갈 필요는 있다. 국내 월세의 규칙이 없는 수준이다. 뉴스테이는 이 같은 시스템을 선진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점차 전세는 줄고 자가 아니면 월세로 갈 텐데 중산층을 겨냥한 시범모델이 나오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월세문화도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매 정권마다 임대주택은 살아남았고, 뉴스테이의 경우 중산층을 겨냥한 색다른 패러다임이니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뉴스테이란 이름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탄핵 정국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상대적 안정자산이 부동산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이미 발 빠른 이들은 빠져나갔다. 탄핵정국이나 경제 불안이 해소되면 다시보자는 시각이 강해지는 분위기다. 지금 당장 돈을 묶어 둘 데가 없는 경우 부동산에 관심은 있겠지만 한 템포 늦추고 어떻게 될 것인지 보는 게 중요하다. 위험한 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다. 특히 부동산도 역사적으론 그렇게 안정자산은 아니다. 국내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안정자산으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도 서서히 불안정자산으로 접어들 것이다.
-탄핵 정국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떻게 보나.
탄핵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 큰 변수는 아니다. 당장은 경제여건이 중요하다. 금리인상, 보호무역주의 등의 부담에 지방산업 구조조정 등은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해운, 조선, 화학 산업 등은 직격탄을 맞을 텐데 해당 산업을 기반으로 한 주요 도시들도 타격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구조조정은 해당 업종 뿐 만 아니라 이웃 산업으로 전파가 되는 만큼 전반적으로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에 따라 내수가 안 좋아지면 수익형 부동산과 오피스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것이 주택으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다. 물론 역사적으로 길어야 2, 3년 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내년 부동산 시장 리스크 중 빠질 수 없는 게 미 금리 인상이 국내 부동산에 끼치는 영향이다.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급등이 아닌 예고된 상승으로 여파가 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금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 경제가 안 좋아지고, 경제가 안 좋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된다. 직결되진 않아도 연관성은 분명 있다.
-그동안 굵직한 선거철이면 부동산 관련 개발 공약이 빠지질 않았다. 당장 내년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데 대선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재미는 없을 거다. 과거에는 후보별로 준비를 많이 해서 지역개발공약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들 급하게 준비 중이다. 지역표심을 잡는 공약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분명 과거보단 약할 수 밖 에 없다. 준비하는 대선주자들도 없어 보인다. 정국자체도 복잡하고 공약 없는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피해를 볼수 도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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