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개교 130년을 맞은 이화여자대학교가 15일 개교 이래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과 마주했다. 특히 이대 역사상 첫 중도 퇴진한 최경희 전 이대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불려나오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유라 특혜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의혹만 더 키웠다. 지난 10월19일 "절대 비리는 없었다"며 사퇴했던 태도와 여전히 같았다.
최 전 총장은 이날 최순실씨와의 만남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수많은 학부모와의 만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유라 아버지가 정윤회씨인 건 알았느냐고 묻자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정윤회의 딸이 누가 입학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정윤회가 누군지도 몰랐다. 이공계여서 그런 것은 잘 몰랐다"고 발을 뺐다. 또 "학교에서 엄격한 진상조사를 했음에도 조직적으로 특혜를 준 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의 주장은 교육부가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을 취소한 것과 모순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이대 특별 감사를 통해 정유라 입학 취소와 일부 비리 교수들의 처벌을 권고했다. 비리를 부인하는 것은 교육부의 감사 결과를 전면 부정함과 동시에 명백한 위증이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경숙 이대 전 체육대학장도 "최순실씨 요청으로 정유라의 학점 관리를 지시한 적 없다"며 관련 의혹 등을 은폐하기 바빴다.
그러나 이들이 비리를 부인하기에는 의혹 중 이미 사실로 확인된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알프스(ALPS)'가 '비선실세' 인재풀이었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대에 1억원을 기부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부인과 김병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 부인 등 위가 구린 인사들이 모두 이 과정 동문이다. 검찰 조사 중 이대 관계자가 비선실세 들과 골프 회동을 했다는 차은택의 증언도 이미 나온 상태다.
이대 학생들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대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를 하며 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며 "비리를 은폐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비리를 지시한 사람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최 전 총장은 이날 울먹이면서 "이대 역사의 치욕스러운 상황에 동의 한다"고 사과했다. 눈물로 호소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힐 때다. 이대의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로지 진실밖에 없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밝혀지지 않으면 비리를 은폐하고 축소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이제는 입을 열 때다.
윤다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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