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새누리 윤리위원장 전격사퇴 "들러리로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 보호에만 급급한 친박 지도부가 뒤통수 쳐"
2016-12-13 21:49:49 2016-12-13 21:49:49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과 현직 윤리위원들이 13일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가 전날 전격적으로 친박 인사들을 윤리위원으로 충원한 것에 반발해 사퇴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이 시간부로 윤리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현재 당 윤리위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현역 새누리당 의원인 정운천 부위원장, 심재철 고려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손지애 전 아리랑TV 사장, 전주혜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임진석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저를 비롯해 연락이 닿는 윤리위원 6명은 즉각 물러난다”며 “이날 강의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는 심재철 교수는 따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총선 패배 후 당이 반성하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얻기 위해 외부인사 중심으로 윤리위를 강화했다고 믿었다”며 “그런데 국민신뢰 회복과 윤리성 제고 등 당면과제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의견을 통일해 박근혜 대통령 보호에만 급급하다면 그런 윤리위원회는 들러리밖에 더 되느냐”면서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이 대단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윤리위원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우현, 박대출, 곽상도, 이양수 의원과 외부 인사 4인(최홍규, 우종철, 이재모, 강성호) 등 총 8인을 추가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8인의 추가 임명으로 총 15인이 된 윤리위는 당헌·당규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위원 중 2표만 확보할 경우 친박계의 의중대로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비박계 구심점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의 출당 작업을 본격화하고, 박 대통령 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다.
 
이 위원장도 “박 대통령 징계는 20일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나름 고려해서 ‘자진 탈당’으로 가닥이 잡혀있었다”며 “이정현 대표와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는데, 친박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8명이 새로 임명된다는 것도 오늘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쿠데타다. 자기 당을 당 지도부가 점령하는 참으로 해괴한 사태가 벌어졌다. 몇 달간 이 당에 윤리위원장으로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정운천 부위원장도 “임명된 이들을 보니 몇몇은 돈봉투에 비리행위에 기자 성추행 등으로 공천이 박탈된 이들”이라며 “당 지도부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사람들을 윤리위원으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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