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중국내 한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엔터업계는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엔터업계 관계자들은 사드의 국내 배치와 이로 인한 중국 측의 보복 가능성 및 국내 연예계의 반응 등을 다룬 뉴스가 중국에 실시간으로 번역돼 보도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들이 향후 회사나 소속 연예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계획됐던 일정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등 현지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중국 현지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사드 배치의 후폭풍이 불어닥친 후 엔터업계 내부의 전망은 엇갈렸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지만, 연내 분위기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한류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에 엔터업계의 전망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한국 드라마, 예능의 중국내 방영 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국내 기획사의 투자 및 국내 가수의 현지 공연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엔터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엔터업계 관계자들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중국내 한류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지의 부정적인 기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올 들어 '차이나 머니'가 국내 엔터업계에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를 중국내 한류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근거로 보고 있다.
지난달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판타지오(032800)는 사보이이앤엠㈜ 등 최대주주의 보유지분 27.56%를 중국 글로벌투자집단인 JC그룹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판타지오의 최대주주는 JC그룹으로 변경되었으며, 향후 판타지오는 JC그룹 및 자회사인 화윤영화사와 손잡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물론 한중 공동 작품 발굴 및 중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에프엔씨애드컬쳐(063440)는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과 웹드라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에프엔씨애드컬쳐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17.16% 수준인 약 28억원이며, 에프엔씨애드컬쳐의 제작 1호 드라마인 '마이 온리 러브 송'은 100% 사전 제작을 거쳐 내년 2월 소후닷컴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에프엔씨애드컬쳐는 지난 6월
에프엔씨엔터(173940)가 드라마, 예능 등 방송 콘텐츠 제작의 본격화를 위해 인수한 자회사다.
이처럼 중국내 한류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꾸준히 한류 콘텐츠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제작된 문화 콘텐츠에 대한 현지의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지난 1일 종영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에서 누적 조회수 20억뷰를 돌파하는 등 현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류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이후 중국 문화부의 심의를 통과한 한국 작품이 전무한 상황이지만,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현지팬들의 수요가 여전한 만큼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중국 정부가 '한류 금지령'을 공식 문서를 통해 하달한 것이 아닌 만큼 중국 측의 '겁주기'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1일 중국 현지 매체들은 "한류스타 이민호, 전지현이 출연하는 한중 공동투자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주 한국에서만 방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푸른 바다의 전설' 측 관계자는 "'푸른 바다의 전설'은 100% 한국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그리고 100% 사전제작 드라마만 심의를 받을 수 있는데 '푸른 바다의 전설'은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기 그룹 엑소 역시 다음달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와 '한류 금지령' 때문에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 역시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 자체에 대한 현지 업계 또는 대중의 반감이 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한류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최근 중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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