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는 타잔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잡고 있던 뒷 넝쿨을 놓아야하는 것처럼 금융규제의 패러다임 역시 규정중심에서 원칙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법무지원부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법 규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중심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원칙중심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협회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부장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의 상황을 보면 회사별 규모와 업무성격, 영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차이니즈월 규제만 강해진 상황”이라며 “새로운 이슈가 나올 때마다 규제를 추가해 규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칙중심규제의 개념은 법률에서는 일반적인 기준(원칙)을 제시하고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달성방법과 과정은 금융업권이 자율적으로 고안하자는 것이다. 법령의 세부적인 방법과 절차 등을 제시하고, 금융당국이 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규칙을 제정하는 기존 규정중심규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 원칙중심규제는 금융회사의 경영책임을 중시하고 원칙 위반 시 보다 강력한 처벌을 묻는다.
김 부장은 “규정중심규제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면 새로운 업무를 단념케 해 시장의 창의력을 근원적으로 저해한다”며 "핀테크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신속한 법 대응이 불가능한 규정중심규제에서는 규제공백과 투자자보호 사각지대 발생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칙중심규제는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해 금융혁신을 앞당기는 한편,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시장변화에 대한 탄력적 대응과 적시조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원칙중심규제 도입을 위한 선결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업행위에 대한 결과책임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투자업권의 자율규제 역량 강화다. 이러한 조건이 전제될 때 원활한 도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김 부장은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의 높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금융회사의 위반행위에 대해 금전적 제재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관에 대한 제재, 개인에 대한 인사상 제재와 일부 사항에 대해서만 미약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 자본시장법의 모델이 됐던 해외 주요법률은 원칙중심규제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영국 금융당국은 지난 2007년 규정중심에서 원칙중심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했고, 호주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일본까지도 원칙중심규제 체계를 도입·시행 중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혼란 우려에 대해 김 부장은 “회사별 내부통제와 자율규제가 잘 가동되는 게 선결과제로, 현재 단점을 보완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법무지원부장. 사진/권준상 기자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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