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조선·해운사 부실로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농협은행 임직원들에게 이달 말 흑자 전환이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달 지주사인 농협금융이 흑자전환을 한 데 이어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그간 부실대출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은행에 자체적으로 이달 말까지 흑자전환하라는 영업지시를 전 임직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급여 반납 등 자구노력과 사업비 축소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농협은행을) 흑자전환시키도록 특명이 내려졌다"며 "여신, 영업 전담 부서 외에도 전사적으로 흑자전환 노력에 전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예전보다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영업분야에서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통해 기존 인터넷·스마트뱅킹을 사용하지 않던 장년 고객과 지역 고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에 올원뱅크는 출시 두 달여 만에 가입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여신분야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 한 수백건의 기업 여신 리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조선·해운업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크게 감축했다. 지난해 말 8조9000억원에 달하던 조선·해운업 익스포저는 지난 8월 말 5조5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을 감축했다.
STX조선, 성동조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여신도 1조2400억원을 상각처리했다.
이 같은 노력에 지난달 말 현재 농협은행의 적자금액은 680억원가량이다. 이는 지난 상반기(3290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농협은행이 흑자전환 계획을 당초 연말에서 이달 말로 앞당긴 데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거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선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의 손실 문제와 대책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이날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대우조선,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농협은행의 손실이 6조584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 집단대출 특별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올 상반기 현장점검 결과 은행들이 집단대출 고객 10명 중 4명은 상환능력(소득) 검증없이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점검에서 건전성과 리스크관리가 미흡한 은행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상반기 주담대 증가폭은 KEB하나은행(1조9865억원), 신한은행(1조150억원)에 이어 3위인 6523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국내 은행 중 상반기 유일하기 적자를 기록한 농협은행이 실적 올리기를 위해 주담대를 확대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보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농협은행이 비판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인 셈"이라며 "농협은행 역시 이를 위해 빠르게 흑자전환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당초보다 흑자 전환 시기를 2달여 앞당기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왼쪽)과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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