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연금을 수령하는데 있어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존재했다. 조기은퇴 등으로 소득이 없거나 적어 손해를 감수하면서 국민연금을 앞당겨 타서 쓰는 조기연금 수령자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연금 수령을 미루는 연기 신청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10일 공개한 ‘조기연금 수령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조기수령자 수는 2007년 12만4783명에서 2011년 24만6522명으로 두 배 가량 급증했다. 이후 연도별 수령자 수도 2012년 32만3238명, 2013년 40만5107명, 2014년도 44만1219명, 2015년 48만343명, 올해도 5월 기준 49만3340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조기 연금수령자 수는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22%를 차지했다.
조기연금은 조기 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 든 가입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수급 연령(2016년 기준 61세) 전 1~5년 앞당겨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하고, 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월 210만5482원) 이하이거나 소득이 없는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조기연금은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해 ‘손해연금’으로 불린다. 연금을 미리 받는 대신에 연금액이 상당 부분 줄어들기 때문이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줄어들며 5년 일찍 받으면 무려 30%가 감소한다. 이처럼 손해를 보면서까지 조기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경기악화, 조기 퇴직자의 증가 등으로 어려워진 가계살림을 미리 탄 국민연금으로 조금이나마 보태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조기연금과 반대로 혜택이 커진다. 연도별 연기연금 신청자 수는 2007년에 37명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1만4464명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5월 말 기준으로 벌써 6228명이 연기신청을 했다.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총 4만780명이 연기신청을 한 것이다.
연기연금은 최대 5년 동안 미룰 수 있고, 연금 수령 자체를 늦추지 않고 일부분(연금 수령액의 50~90%까지 10% 단위)만 연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민연금 수급을 연기하면 연기한 기한만큼 연 7.2%(월 0.6%)씩 연금액이 더 불어난다.
예를 들어 월 120만원을 받는 사람이 5년을 미루면 36%가 늘어난 월 163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초저금리 국면에서 연 7.2%의 가산금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연금 수령액은 얼마나 오래, 많은 보험료를 냈느냐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최근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노후를 위한 대비책으로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조기연금과 연기연금의 수령액 차이는 수령자의 평균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액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 조기연금 수령자의 평균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액은 2007년의 경우 평균 1400만원, 올해 5월 말 기준 23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연기연금 신청자의 보험료 납부액은 평균 4200만원으로, 납부 금액부터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연금 수령액에서는 더 큰 격차가 예상된다.
김상훈 의원은 “한쪽에서는 돈이 없어 손해를 보면서 조기연금을 신청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상황이 국민연금제도의 본래 목적인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의 노후소득 격차를 줄여 사회통합에 기여하려는 국민연금이 가진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산이나 소득상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지급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되는 것이 과연 국민연금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한 부부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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